여성의 갱년기 증상 남성처럼 여성호르몬 줄며 발생 “여성성 상실” 부정적 감정 더 심해… 약물요법 등 적극적 치료 필요
처음엔 폐경이 임박해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증세는 곧 사라졌고, 폭염 때문이었을 거라 치부하곤 잊고 살았다. 하지만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한 얼마 전부터 똑같은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환절기라서 ‘이러다 감기 걸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부터 식혀야 했다.
C 씨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공교롭게도 명절 문제로 시댁과 전화로 상의할 때마다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굳이 시댁을 피하려는 것도 아닌데, 왠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갱년기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남성 갱년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여성의 경우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나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우울한 느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는 폐경이란 ‘사건’에서 비롯된다. 폐경을 여성성의 상실로 여기면서 부정적인 마음이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가 갱년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법은 남성 갱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신체 증상이 더 심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윤재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갱년기를 피할 수 없다면 두려워하기보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게 옳다. 무조건 참지 말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