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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의류도매상, 대한민국 대표 라이프스타일 유통그룹으로 성장

입력 | 2018-09-17 03:00:00

세정그룹




세정그룹 본사 전경 사진

1974년 재봉틀 몇 대를 놓고 사업을 시작한 조그마한 의류 회사가 있다. ‘동쪽에서 희망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동춘섬유공업사였다. 회사명엔 곧 유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창업자 박순호 회장의 포부가 담겨 있기도 했다.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 동춘섬유공업사는 성장을 거듭해 국내 섬유·의류 산업에서 흥행 바람을 불러일으키더니 이젠 유통 플랫폼까지 확보하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 유통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패션강자 세정그룹이다. 부산을 상징하는 기업에서 대한민국 패션 업계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패션 사업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건설과 정보기술(IT)사업 등 6개 관계사를 거느린 대형 그룹사로 성장했다. 연매출 규모는 1조680억 원에 이른다. 창립 44주년을 맞이한 지금,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디안으로 성장… 패션이 중심축

동춘섬유공업사는 1991년 세정으로 법인 전환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세정이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도 국민 브랜드인 ‘인디안’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인디안을 비롯한 1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패션기업이다.

박 회장은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로 오늘날의 세정을 만든 인디안을 꼽는다. 동춘섬유공업사 시절 첫 생산품이 흰색 면 터틀넥 티셔츠였는데 그 최초의 제품명이 인디안이었다. 워낙 좋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아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1976년 서울 남대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여기에 1981년 스웨터, 1985년 바지, 1986년 점퍼 순으로 상품종류를 확대했다.

세정 브루노바피 모델 이동욱.

인디안은 1999년 230여 개 매장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의류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1987년 매출 100억 원을 넘긴 지 불과 10년 남짓한 시점에 달성한 기록이었다. 지금도 세정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브랜드이자 온 국민이 아는 파워 브랜드로서 위상이 공고하다.

세정 2018 올리비아로렌 모델 서예지.

현재 세정은 남성복 인디안, 브루노바피 외에도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데일리스트 등 다양한 가두점 브랜드와 할인점 전문 브랜드 트레몰로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리비아로렌은 세정의 제2기 성장동력으로 불린 브랜드다. 여성복 브랜드로서 2005년 출시돼 3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또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1999년엔 영 캐주얼 브랜드 ‘니(NII)’를 선보였다. 니(NII)는 캠퍼스룩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인디안 외에도 연달아 성공하는 브랜드가 나온 것.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패션그룹으로서 세정의 정체성이 확립됐다.

패션의류 브랜드 외에 주얼리 디디에두보, 패션잡화 두아니 등 토털 패션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패션시장의 트렌드에 맞춰가면서 또는 선도하면서 나날이 위상이 높아졌다.

급변하는 패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패션아이템을 폭넓은 연령층이 원스톱 쇼핑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전문점 ‘웰메이드’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개별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장 관리 및 소비자 관리 측면에서도 남다른 혁신을 거듭해온 점이 눈길을 끈다. 패션업계 최초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세정이다. 이에 고정 멤버십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세정의 기업정신… 혼을 담는 장인정신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심는다.’

세정의 창업이념이다. 그동안 세정은 ‘자기혁신, 정직한 이익추구, 인류에 공헌’ 세 가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이 세 가지 핵심가치는 이른바 세정에서 근무하는 ‘세정인’이라면 마음속에 새겨야 할 다짐이기도 하다.

이중 ‘자기혁신’이란 언제나 최상의 것을 추구하며 일상에서부터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마인드를 뜻한다. 정직한 이익 추구는 언제 어디서든 고객의 니즈를 중요시하며 올곧은 업무 수행을 통해 정직한 이익을 창출하는 확고한 윤리의식을 의미한다.

한편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며 항상 나누고 봉사함으로써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도 세정그룹이 추구하는 가치다. 세정이라는 사명부터 ‘세상에 인간이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 회장은 “고객의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는 우리 기업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서 꾸준하게 노력해왔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패션과 유통을 중심으로 하여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동반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박 회장의 바람이다. 향후 세정은 창업이념과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

세정그룹은 현재 모기업 세정을 중심축으로 두고 세정과미래, 세정21의 패션 분야와 신사업 분야인 세정건설, 세정I&C, 세정인텍스 등 6개 관계사를 둔 거대 그룹사로 성장했다. 세정건설은 호텔, 근린생활시설, 오피스텔, 최근에는 아파트까지 영역을 넓혀 다방면에서 수주 성과를 거뒀다. 세정I&C는 IT 컨설팅, 시스템 구축, 보안,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및 관리 등을 담당하며 다양한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

세정그룹이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한 것은 결국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으로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편의를 주는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세정그룹의 역량이 집대성된 프로젝트가 공개됐고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바로 복합 생활 쇼핑 공간인 ‘동춘175’다. 아날로그적 가치와 자연이 공존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동춘175는 ‘ㄱ’자 건축구조다. 높은 동 4층, 낮은 동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세정 대표 브랜드와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로 구성된 패션 셀렉트숍 ‘웰메이드 2.0’은 물론이고, 2층은 다양한 콘셉트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입점해 선택 폭을 넓혔다. 3층에는 세정 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세정 팩토리 아울렛’이 운영된다. 4층은 도심 속 놀이공간이다. 박 회장은 “동춘175 공간이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고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꿈은 벌써 상당 부분 달성됐다.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콘셉트와 감성이 담겨 있어 차별화된 유통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쇼핑, 휴식, 여가, 외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생활쇼핑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세정그룹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객에게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한 발 빨랐던 세정그룹의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