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을 유기질비료로 만들어 옥수수-호밀 등 작물 재배 사료비-가축 질병 낮춰… 목장, 체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이달 6일 당진낙농축협 측이 충남 당진시 송산면 송산간척지에서 농기계를 이용해 사료용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옥수수를 재배할 때는 인근 목장에서 수거한 가축 분뇨를 발효시킨 비료를 활용하는 등 ‘자연순환 낙농’이 이뤄지고 있다. 당진=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매캐한 악취와 파리, 오폐수가 연상됐던 낙농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처럼 냄새나고 지저분한 목장으로는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한 목장주들이 철저한 환경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 순환을 활용한 친환경 낙농 기법은 낙농업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용과 가축 질병 발생에 따른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버릴 것이 없는 낙농업… 경제적 효과는 ‘덤’
자연 순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설물로 만들어진 유기질비료 덕분에 잘 자란 사료 작물은 수확 후 사료 공장으로 옮겨져 곡물 사료 등과 합쳐져 고품질 사료로 거듭난다.
자연 순환으로 깔끔해진 목장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된다. 일반 소비자들이 방문해 일정 비용을 내고 우유 짜기와 치즈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목장이 대표적인 사례. 현재 낙농진흥회로부터 낙농체험목장 인증을 받고 운영 중인 목장은 전국적으로 33곳이 있다. 지난해 이들 목장을 찾은 관광객은 50만여 명에 이른다는 것이 낙농진흥회 측의 설명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목장에 관광객이 온다는 것은 과거처럼 목장이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좋은 친환경적인 곳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미래에 대비
이 같은 목장주들의 환경 개선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국제낙농연맹(International Dairy Federation·IDF)은 2016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사회, 경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낙농산업’을 세계 낙농선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는 세계 낙농업계가 우유라는 고품질의 영양식품을 70억 인류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본적인 의무와 함께 환경보전에 대하여 어느 산업보다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음 달 15∼19일 대전에서 열리는 IDF 연차 총회에서도 낙농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이 거론될 예정이다. 올해 총회의 주제가 ‘다음 세대를 위한 낙농(Dairy for the Next Generation)’인 만큼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낙농 기법이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국내 낙농업계는 환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품질과 친환경적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며 “세계 주요 낙농 관계자들이 낙농 관련 주요 정보와 성과를 공유하는 낙농 관련 최대 국제 행사인 이번 총회를 계기로 자연 순환 낙농 기법으로 무장한 국내 목장의 친환경적 측면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차 총회가 국내 낙농업 브랜드 가치를 대외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국내 낙농업의 친환경 경쟁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인터뷰 /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자연의 흐름에 부합하는 친환경 낙농 위해 부단히 노력”
“자연의 흐름에 부합하는 친환경 낙농 위해 부단히 노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16일 국내 낙농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움직임과 관련해 동아일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국민 건강이 목장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낙농의 출발은 우유 생산”이라며 “국민에게 건강식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산 농가들의 기반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우유 자급률이 떨어질수록 대외 의존도가 높아져 정상적인 영양공급원 제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유럽 낙농 선진국과 같은 환경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국내 여건상 유럽과 같은 여건을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국내 실정에 부합하는 여건에서 고품질 우유를 생산하되 자연의 흐름에 부합하는 환경을 고려한 낙농이 되기 위해 낙농가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축산업은 우리 농촌의 근간… 도농상생의 터전 돼야”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16일 친환경 낙농과 관련해 동아일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가축(家畜)에 쓰는 한자인 ‘축(畜)’은 깊다는 뜻을 가진 검을 ‘현(玄)’자와 밭 ‘전(田)’자가 결합한 것”이라며 “이미 선조들도 가축이 땅을 비옥하게 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을 건강하게 해주는 축산이 우리 농촌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그는 현재 한국 축산업에 대해 “우리 농촌은 환경적인 변화와 함께 기술의 성장을 토대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왔다”며 “거침없는 대외 개방의 물결도 계속되고 있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선제적 대응으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농촌은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국민의 삶터와 힐링 공간으로서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농 상생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