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16일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참혹한 인권유린이었다. 당시 부산시는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함으로써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장으로서 너무 늦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랑인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30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폭행, 살인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에서 죽어서 나온 사람이 513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생존자 11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1가지 사항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흩어진 관련 자료 수집, 피해생존자 실태 조사, 기록·증언을 위한 상담창구 개설, 트라우마 상담소 설치,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리는 인권교육 기관 설립, 공무원의 인권 감수성 제고 등이다. 생존자 일부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최근 피해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사회복지 관련 단체의 특별법 제정 촉구 성명 등을 통해 공론화됐다. 행정안전부는 5공 때 정부 포상을 받은 박인근 원장(2016년 사망)의 훈장과 포장을 올 7월 박탈했다.
오 시장은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의 핵심은 특별법 제정”이라며 “부산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피해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