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넥센 박병호-SK 로맥-KT 로하스(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면 올해 KBO리그는 꽃밭이다. 타고투저가 날로 기승을 부리며 홈런 없는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즌 초부터 담장 밖으로 날아간 타구가 쏟아지며 홈런 관련 대기록이 나왔고, 또 다른 새 역사도 눈앞이다. 야구팬들은 지금 홈런의 시대를 살고 있다.
● 리그 홈런, 2년 연속 신기록 눈앞
17일까지 627경기를 치른 KBO리그에서 홈런은 1503개가 나왔다. 한 경기에 2.4개의 홈런이 나온 셈이다. 한 시즌 리그 최다홈런은 지난해 1547개. 2015년 1511개를 살짝 웃돈 수준이었다. 93경기가 남았으니 신기록 달성은 물론 1600개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리그 홈런 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SK 와이번스 역시 단일시즌 팀 홈런 신기록 2년 연속 경신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234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새 역사를 쓴 SK는 올해 124경기에서 198홈런을 때려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230개의 홈런이 나온다. 최근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 주춤했던 상황에서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살아난다면 2년 연속 기록 경신도 꿈이 아니다.
● ‘40홈런’ 고지와 관련된 여러 대기록
쏟아지는 홈런만큼 타이틀 경쟁도 뜨겁다. 홈런 선두 김재환(40개·두산 베어스)부터 4위 멜 로하스 주니어(36개·KT 위즈)까지 4개 차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미 40홈런 고지에 올라선 김재환부터 2위 박병호(39개·넥센 히어로즈), 3위 로맥(38개·SK)의 40홈런 등정은 시간문제다. 4위 로하스도 4개의 아치만을 남겨뒀다.
40홈런이라는 기준점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준비 중이다. 박병호는 홈런 한 개만 더 추가한다면 2014~2015년에 이어 3년 연속 40홈런에 올라서게 된다. KBO리그 첫 기록이다. 2016~2017시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그는 여전한 장타력으로 복귀 시즌부터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 “의식적으로 성장을 멈춰야 하나요?”
아무리 흔해졌어도 홈런은 여전히 야구의 꽃이자, 승부를 짜릿하게 바꾸는 무기다. 숱한 홈런이 ‘기형적 타고투저’의 주범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타자들의 기술적 발전이 낳은 결과다. 현장에서는 이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BS N 스포츠 안치용 해설위원은 “타자들의 성장세를 투수들이 쫓지 못해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팀 타격코치 A 역시 “물론 타고투저의 흐름이 강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의식적으로 성장을 멈춰야 하는가? 홈런이나 타격기술 성장이 저평가받는 것은 아쉽다”라고 반문했다. 홈런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대기록들이 폄하되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