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출신 애널리스트 ‘직구’ 조언
삼성증권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진메이산 연구원(왼쪽)과 베트남 출신의 부쑤언토 연구원은 “중국과 베트남은 연평균 6% 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어 ‘장기 투자’에 적합한 시장”이라며 “단기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업 다각화에 나선 베트남 대기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부쑤언토 연구원)
국내 증시가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직구족(族)’이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10조 원을 넘어 최근 13조 원에 육박할 정도다. 특히 신흥국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한데 주가가 급락하지 않을까”, “유망 종목이라고 해서 투자했는데 현지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을까”를 궁금해하고 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진 연구원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진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 성장의 흐름에 따라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격차가 아직 커 섣부르게 투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부 연구원은 한국 관련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베트남 하노이국립대에서 법학과 한국어를 복수 전공했다. 베트남 자본시장이 유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한국에서 금융보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0년 국내 증권사에 몸담았다.
부 연구원도 베트남 현지에서 보는 전망과 한국 투자자들의 시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기업들이 급속도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에 한국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2년 전 베트남 전자제품 기업인 MWG가 신선식품 유통업에 뛰어들었을 때, 최근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자동차, 병원 등에 투자하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국내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두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산업구조와 경제 발전 수준을 공부하면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 연구원은 중국의 1차 산업 비중이 큰 만큼 사료가공 시장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사료 전문 기업인 ‘하이드그룹’을 추천하면 개인 고객은 물론이고 사내 프라이빗뱅커(PB)조차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에 투자할 때는 한국인 시선에서 본 투자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부 연구원은 “베트남은 아직 도로, 철도 인프라가 부족해 인프라나 항공 운송 관련 종목을 살펴봐야 한다”며 “저가항공사인 비엣젯, 건축 자재 관련 종목인 호아팟그룹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