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차난에 VIP 스티커 구입… 최고등급은 100만원까지 거래돼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물 수십 건
극심한 도심 주차난에 일부 시민이 백화점과 시내 면세점의 VIP 주차 스티커를 사서 붙이는 ‘꼼수’까지 동원하고 있다. 백화점 주차 관리의 빈틈을 노려 VIP로 위장한 ‘주차장 카(Car)멜레온’들은 주로 인터넷 중고 사이트를 통해 주차 스티커를 구입한다. 올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주차 스티커 거래 게시물은 수십 건에 이른다. 주로 거래되는 A백화점의 주차 스티커는 등급에 따라 ‘특정 지점·일일 3시간 무료 주차, 대리 주차 미제공’부터 ‘전 지점·영업시간 내내 무료 주차, 대리 주차 제공’까지 4단계로 혜택이 나뉜다. 가장 낮은 등급은 5만∼10만 원, 가장 높은 등급은 75만∼10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주차권을 산 사람들은 ‘도심 주차 지옥 때문에 마지못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도심에 주차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주차요금 역시 만만치 않다. 백화점·시내면세점은 도심에 위치한 곳이 많고 VIP 주차 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도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VIP 주차권을 사려다 실패했다는 부산시민 정모 씨(23)는 “도심부인 서면에서는 백화점 앞에서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데 30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A백화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부터 ‘우수고객 주차권을 양도하면 회원 자격이 박탈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주차권을 양도해선 안 된다고 해마다 알리고 있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