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용 부담 탓에 설치 꺼려
2015년 메르스 ‘1번 환자’ B 씨(71)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뒤 고열로 동네의원 2곳과 종합병원 2곳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일주일 넘게 B 씨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사실을 몰랐다. 그사이 같은 병실을 쓴 환자 등에게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졌다. 인천국제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A 씨가 B 씨처럼 동네의원을 찾고 쿠웨이트 방문 사실을 숨겼다면 3년 전과 같은 사태가 반복됐을 수 있었다.
하지만 ITS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이를 활용하는 병·의원은 전체 7만4260곳 중 1만5000곳도 되지 않는다.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ITS를 단 한 번이라도 활용한 의료기관의 비율은 △종합병원 79.4% △중소병원 65.4% △동네의원 31.4% △치과의원 6%에 불과했다. 병·의원이 비용 부담 탓에 ITS 설치를 꺼리기 때문이다. 박기준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ITS가 의료진의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참여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 기침 환자와 일반인 뒤섞인 응급실
하지만 나머지 일반 응급실 259곳은 환자분류소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2015년 조사에선 설치율이 40%에 미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금도 설치율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일반 응급실에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다른 환자나 보호자와 뒤섞여 대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62곳 중 음압격리실을 설치한 곳은 131곳으로 31곳은 여전히 음압격리실을 두고 있지 않다.
A 씨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이 때문에 같은 택시를 탄 28명이 관리대상에 포함됐다. 메르스 의심환자는 병원으로 직행하지 말고 먼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보건소로 연락해야 한다. 보건당국이 2015년 이후 줄기차게 홍보해온 내용이다. 하지만 메르스 의심환자 중 병·의원에 내원한 뒤 신고된 비율은 2016년 40.5%에서 지난해 45%로 오히려 늘어났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