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경 정책사회부 기자
김 이사장은 “(보건당국이)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확산은 없지 않을까 평가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 학회의) 제안을 방역 당국에서 대부분 적용하고 있어 저희도 힘을 보탠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형식은 중간 브리핑이지만 내용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보건당국이 자화자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보건당국이 ‘적절히 대응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보건당국의 어깨가 하늘로 치솟을 수 있다.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는 38명에 달했다. 올해는 확진자 이외에 추가 환자가 없는 상태다.
A 씨는 입국 당시 메르스 의심증상 중 하나인 설사가 심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방역당국이 설사를 메르스 의심환자 분류 기준에 넣지 않은 탓이다. A 씨가 1시간 40분가량 머문 택시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택시를 운전사가 셀프 소독하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A 씨가 처음 들른 삼성서울병원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2015년과 같이 대규모 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보건당국의 대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쿠웨이트 보건당국이 ‘자국은 감염지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졌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어떤 가정도 추정도 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방역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두고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고 확진자와 확진자의 부인 및 관련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해당 언론사에 항의를 해달라고 했다”며 ‘언론 탓’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잘못됐고, 무엇을 항의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정작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 씨의 부인은 11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먼저 연락해왔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저도 패닉 상태라서 짧게 글을 드린다’며 본인의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취재팀의 질문에 즉각 응답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 말미에는 ‘고맙다’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정말 운이 좋았다. 다음에 또 다른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이번처럼 운이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운을 실력이라고 믿는 것 같다. 메르스 종료 선언 전 부디 이번 대처 과정을 냉정하게 복기하길 바란다.
김하경 정책사회부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