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정상회담 D-1]비핵화 중재 역할 커진 文대통령 ‘北 종전선언-美 핵신고’ 요구 사이 양측 모두 수용할 접점 찾기 고심 北 비핵화 로드맵 끌어내는게 관건… 김정은 구두로 언급 가능성도
5월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모습. 동아일보DB
○ 4월보다 더 어려워진 비핵화 중재자 역할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 및 핵물질 관련 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의 이행 시점과 수위를 조절해 양측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과 조율해 온 수정안을 김정은에게 제시하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선택의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간 견해차를 좁혀 비핵화 대화를 재점화하고 10월 북-미 정상회담에 종전선언 합의까지 성사시킬 기반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북한이 자신들의 구상을 새롭게 제안할 수도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그 밖의 다른 절충안이나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100% 파악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워싱턴과 조율해 온 협상 카드는 북한과 아직 맞춰 보지 않은 ‘절반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아야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합의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느냐 하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합의문에 담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할 경우 김정은이 구두로라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나 시간표를 직접 언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미국 설득할 절충안 도출할까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해서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닫혀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긴 했지만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의 물밑 조율을 병행해 가면서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는 김정은에게 완전하고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회의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18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 인권 문제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묻혀 인권 이슈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