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靑 “美 설득할 비핵화 이행조치 정상합의문에 담는 데 초점”

입력 | 2018-09-17 03:00:00

[남북 평양정상회담 D-1]비핵화 중재 역할 커진 文대통령
‘北 종전선언-美 핵신고’ 요구 사이 양측 모두 수용할 접점 찾기 고심
北 비핵화 로드맵 끌어내는게 관건… 김정은 구두로 언급 가능성도




5월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모습. 동아일보DB

18일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논의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자 목적이기도 한 비핵화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향후 북-미 협상은 물론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비핵화 이행 조치를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문 대통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긴장 속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4월보다 더 어려워진 비핵화 중재자 역할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 및 핵물질 관련 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의 이행 시점과 수위를 조절해 양측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과 조율해 온 수정안을 김정은에게 제시하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선택의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간 견해차를 좁혀 비핵화 대화를 재점화하고 10월 북-미 정상회담에 종전선언 합의까지 성사시킬 기반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물론 김정은이 이른바 ‘통 큰 결단’으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이나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전격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대신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개적인 동결 및 일부 폐쇄 등 ‘플러스알파’ 조치 혹은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 등 일부를 먼저 신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구상을 새롭게 제안할 수도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그 밖의 다른 절충안이나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100% 파악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워싱턴과 조율해 온 협상 카드는 북한과 아직 맞춰 보지 않은 ‘절반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아야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합의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느냐 하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합의문에 담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할 경우 김정은이 구두로라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나 시간표를 직접 언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미국 설득할 절충안 도출할까

북한과의 조율이 매끄럽게 진행된다고 해서 북-미 협상이 곧바로 재점화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절충안을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이 이에 응하도록 설득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남아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해서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닫혀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긴 했지만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의 물밑 조율을 병행해 가면서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 원칙을 고수하며 대북 제재의 고삐를 지속적으로 조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대북 제재 약화 시도에 대응해 17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는 김정은에게 완전하고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회의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18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 인권 문제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묻혀 인권 이슈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문병기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