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정상회담’ 에이블턴 루프 행사에 연사로 초청받은 전자음악가 소월
최근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만난 비트 메이커 소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핑거 드러밍’을 선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자음악가 소월(본명 이소월·32)이 한국인 최초로 ‘음악가 정상회담’에 참여한다. 독일의 음악 소프트웨어 제작사 ‘에이블턴’은 11월 9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에이블턴 루프’ 행사에 소월을 연사로 초청했다. 에이블턴은 대표적인 DJ·프로듀서용 소프트웨어 ‘에이블턴 라이브’를 만든 회사다.
에이블턴 루프는 ‘음악가 정상회담’을 표방하고 2015년 시작됐다. 매년 11월 혁신적 음악가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올해도 유명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부터 전자음악가 케이틀린 오렐리아 스미스까지 다양한 연사를 초빙했다. 한국의 소월도 이들과 나란히 강연과 연주를 할 계획이다.
최근 만난 소월은 “요즘 래퍼 켄드릭 라마와 이센스에 완전히 빠져 있다”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관점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음악으로 기록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소월의 이력은 독특하다. 지금은 힙합이나 전자음악 제작자를 의미하는 ‘비트 메이커(beat maker)’로 불리지만 원래는 재즈 드러머였다. 2013년 월간지 ‘재즈피플’이 선정한 신인 ‘라이징 스타’의 드럼 부문에 뽑혔다. 세 장의 앨범을 낸 뒤 돌연 전자음악으로 선회했다. 그 이유를 묻자 “몇 년 전 좋아하는 색깔, 영화, 여행지, 사람 등을 마인드맵 형태로 종이 한 장에 써본 뒤 음악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전자악기와 손가락을 주로 쓰지만 드러머 이소월로도 밴드 ‘안녕의 온도’ ‘김은미 쿼텟’, 국악가 한솔잎과 협연하고 있다.
“저의 가장 큰 재능은 성실함입니다. 처음 전자악기를 익힐 때 15분짜리 동영상을 3000번 넘게 반복해 봤어요. 그랬더니 샤워를 하다가도 ‘아, 이렇게 만드는 거구나!’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음악 철학도 별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놓는다’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픈 게 생기면 쉰다’다.
“내가 음악으로 반드시 기록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계속 자문하는 것이 음악인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