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늘 오후 첫 회담이 열리고 내일은 오전부터 정상회담이 속개된다. 공식회담 외에도 네 차례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두 정상은 사흘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이미 올 4월 27일과 5월 26일에도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으니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
어제 공개된 회담 의제는 남북 관계 개선,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세 가지다. 실무회담에서 사실상 합의를 다 이뤄놓고 정상들이 공식 추인하는 통상의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핵심 의제인 비핵화가 임종석 비서실장의 표현대로 ‘블랭크’, 즉 빈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두 정상 간에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합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현 비핵화 교착상태의 근본 원인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본인의 입으로 ‘2년 내 비핵화 완료’를 공식 천명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김정은은 이달 초 한국 특사단에 2년 내 비핵화를, 4월 판문점 회담 때는 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얘기했다고 전해지지만 공개적으로는 한 번도 비핵화 약속과 일정을 말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라며 “군사적 대치로 인한 긴장과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항구적 평화는 국민 누구나 기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이 아무리 긴장 완화 조치를 해도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미 간 대치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정은으로부터 시한 방법을 담은 명시적인 비핵화 약속을 받는 것, 그것이 이번 평양 방문에 주어진 가장 큰 사명이며 항구적 평화를 앞당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