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만명↑… 금융위기후 최대 양질 일자리 감소, 구직단념 석달째 50만명대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달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던 취업자 증가 폭이 이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의나 타의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372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9년 6월 이후 처음 370만 명을 넘어섰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직업이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제활동 영역 밖의 사람들이다. 학생이나 주부같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뿐만 아니라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나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들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8월 전체 구직단념자 수는 53만3000명으로 3개월 연속 50만 명 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14년 1월 구직단념자를 판단하는 기준을 변경한 이후 한 번도 없던 현상이다. 또 8월에 단순히 쉬었던 사람은 182만4000명으로 작년 5월 이후 1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구직단념자와 그냥 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가 전체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행 통계에는 구직단념자와 쉬는 사람 가운데 대졸자를 따로 추려낼 방법이 없다. 다만 최근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와 가사 종사자 비중이 점점 감소하는 반면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 무직자 비중은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의 비중은 2013년 28.4%에서 2017년 38.7%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것은 구직을 단념하거나 그냥 쉬는 고학력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진 것은 현재 고용시장에는 고학력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농가 부문, 공공 부문을 빼면 민간 일자리는 감소세”라며 “특히 고학력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 감소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