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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로마는 직업군인제로 전환하고 장비를 개량하며 고난도의 훈련과 숙련이 필요한 전술과 편제를 채택했다. 이것이 로마의 영광을 낳는 바탕이 됐다. 군대가 아무리 훌륭해도 리더가 부실하면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 로마는 한니발에게 위대한 장군은 혈통이 아니라 자질과 단련, 자기 계발로 탄생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장교는 병사와 함께 있어야 하고 소대장부터 일선에서 전투를 경험하며 전술과 리더십을 배워야 했다. 혈통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 혈통보다 중요한 게 환경이다. 다만 환경이라고 좋고 나쁜 환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고 주어지지 않은 환경을 노력으로 보충하는 사람이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이후 로마에는 마리우스와 술라,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라는 명장이 연속해서 출현했다. 이들은 공평하게 절반은 명문 가문 출신이었고 나머지는 평민 출신이었다. 단, 술라와 카이사르는 같은 명문이라도 몰락, 파산 등의 이유로 평민과 교류했다. 결국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귀족과 평민 모두를 이해하고 통합된 에너지를 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했다. 이런 사실을 로마는 배웠고 실천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서 역사는 음모와 피로 얼룩졌다. 우리 사회도 순탄치 않은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해피엔딩을 바랄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