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 5000% 인상 횡포에 희귀병 환자 약값 부담 커지자 美에 70곳 대량생산 시설 들어서… FDA 승인 필요없어 생산비 저렴 병원균 감염땐 치명적… 반대 여론도
여론은 분노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건 보험약제관리회사인 익스프레스스크립츠와 2012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창업한 조제약(약국에서 주문 조제하는 의약품) 회사인 임프리미스. 두 회사는 1달러짜리 대체 조제약 개발에 착수했다. 저가 대체약이 등장하자 튜링은 뒤늦게 ‘50% 가격 인하’ 등을 약속했다. 이 일을 계기로 저가 조제약이 ‘골리앗 제약사’의 횡포에 맞서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 빈자(貧者)를 위한 ‘로빈후드 조제약’ 공세
독과점이나 공급 부족으로 약값이 껑충 뛰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넥스트소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독점 판매하는 로무스틴의 경우 2013년 이후 가격이 1400% 올랐다. 50달러이던 약값이 9번 올라 768달러까지 상승한 것이다.
조제약이 이 틈새를 비집고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품이 부족하거나 알레르기 치료 등의 의료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 성분을 조정하는 조제약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특허가 끝난 신약과 같은 성분의 약을 대량생산하는 복제약인 ‘제네릭’과는 이점에서 다르다.
○ 대량생산 시스템 갖추고 약값 인하 주도
조제약은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등 FDA 승인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통 제약회사들보다 생산비가 저렴하다. 최근엔 조제약 대량생산도 늘고 있다. 미국엔 대량생산이 가능한 70곳의 조제약 생산시설이 있다.
벤처기업들도 조제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콜로라도 리틀턴에서 창업한 오시스 어포더블 파마슈티컬스는 한 달에 2만1000달러가 드는 윌슨병 치료제 사이프린의 약값을 120달러로 낮출 수 있는 대체 조제약을 생산할 계획이다.
○ “안전성과 효능 검증 안 돼” 논란도
조제약 생산이 늘어나자 보건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규제 완화로 의약품 가격을 떨어뜨려 환자의 접근권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신약 특허에 대한 법적 보호와 의약품 안전성, 신약 승인 체계 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조제약이 병원균에 감염돼 최소 6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통 제약회사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앨러건은 안구 건조증 치료약품인 레스타시스의 대체약을 조제하고 있는 임프리미스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혈압약 바소스트릭트를 판매하고 있는 엔도인터내셔널은 “대량조제에 이용될 수 있는 성분을 삭제해 달라”며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FDA는 지난달 조제약 대량생산에 이용되는 의약품 성분 목록에서 바소프레신 등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60일간의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 미국의 약값 급등 사례 ::
△다라프림: 에이즈 환자, 임신부 등 면역체 계가 약화된 사람들의 톡소포자충 감염(톡 소플라스마증) 치료제. 2015년 말 튜링이 미국 판권 인수한 뒤 가격이 5000% 상승
△로무스틴: 뇌종양, 호지킨림프종 치료제. 넥스트소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독점 판매 이후 가격이 1400% 상승
△로무스틴: 뇌종양, 호지킨림프종 치료제. 넥스트소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독점 판매 이후 가격이 1400%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