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수면 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정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여러 요소들이 변수로 작용한다. 그 중 경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로 바람이 손꼽힌다. 특히 요즘처럼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환절기에는 순간적으로 몰아치는 강풍을 주의해야 한다.
경정에서는 스타트할 때를 기준으로 풍향을 맞바람과 등바람으로 구분한다. 1턴 마크에서 2턴 마크 쪽으로 부는 남풍과 남동풍을 맞바람이라고 한다.
맞바람은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와 저항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처럼 스타트 타이밍을 잡으면 탄력이 늦게 붙어 1¤2초 정도 기록이 늦어질 수 있다. 보통 선수들은 바람의 영향까지 계산해 살짝 앞서 가속 레버를 잡고 있으나 너무 빠를 경우에는 플라잉 위험이 있는 만큼 세심한 레버 조작이 필요하다. 경주 운영에서 맞바람이 불면 1턴 선회 후 뒤에서 바람이 보트를 밀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2턴 마크에서 1턴 마크 쪽으로 부는 북풍 또는 북서풍을 등바람이라고 한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는 상황이다. 스타트할 때 뒤에서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준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갑자기 강해지거나 뚝 끊기면 계산했던 시속 범위에서 벗어나 낭패를 볼 수 있다.
등바람이 불면 1턴 마크 선회 후 바람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자칫 보트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바람에 밀려 회전각이 벌어지고,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다. 센터와 아웃코스에 배정받은 선수들이 안쪽 선수들의 실수를 활용할 수 있는 역습 기회로도 작용한다.
경정 전문가들은 “지난 37회차 수요일 7경주는 2m/s의 남동풍이 불었다. 다른 선수들은 0.4초에서 0.5초로 다들 스타트가 늦었으나 1코스의 1번 우진수는 0.27초의 자신감 있는 스타트 운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며, “이처럼 바람의 흐름 등 환경적인 변수를 잘 읽고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들의 성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