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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 안 해도 ‘근로시간’에 넣어 최저임금 부담 키우는 고용부

입력 | 2018-09-19 00:00:00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0개 경제단체가 최저임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을 늘리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성명을 18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유급처리시간’이란 일은 안 하지만 임금은 지급되는 시간이다. 흔히 말하는 유급휴일이고 이때 지급되는 게 주휴수당이다. 최저임금 시급은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인데 그동안 정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을 포함시켜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민·형사재판에서 실제 일하지 않는 시간을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려 이 행정지침이 실효(失效)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고용부가 기존 행정지침을 고수하는 걸 넘어 아예 시행령으로 못을 박으려는 것이다.

주휴수당이 노사 문제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작년보다 16.4%나 오르면서 주휴수당 1520원을 합치면 실제로는 9050원으로 1만 원에 육박한다. 내년 8350원으로 오르면 실제로는 1만 원이 넘어 못 견딜 지경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는 실제 일하지 않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시키고 실제 지급되는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에서 분모는 키우고 분자는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런 산정 기준으로 갑자기 높아진 법정 최저임금을 맞추자니 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유급휴일 및 주휴수당 제도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터키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설사 고용부가 시행령을 고쳐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을 포함시켜도 대법원 판례와 상충돼 위법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이참에 행정지침을 폐기하는 것이 원칙과 법리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