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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법행정권 남용 첫 구속영장 청구

입력 | 2018-09-19 03:00:00

유해용 前연구관 대법문건 유출 혐의
“연구관 보고서 모아 송별 선물 관행”, 당시 행정처 근무 판사들 檢 진술




검찰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임 때 대법원 재판 합의 과정이 담긴 문건 등을 무단 반출해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해 온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52)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월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이 청구한 첫 구속영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절도 혐의도 영장범죄사실에 포함됐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낸 데 이어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며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10만여 건을 모은 뒤 올해 1월 법원을 퇴직하면서 이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후배 연구관들에게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전달해 검토 중인 사건의 보고서와 의견서 등을 모아 제출하라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옳지 않은 것을 알지만, 대법원의 오래된 ‘송별 선물’ 관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재판연구관이 임기를 끝내고 대법원을 떠날 때, 후배 재판연구관들이 본인이 작성 중인 보고서와 대법원 판결문 초고들을 모아 ‘기념’으로 가지고 가라는 취지로 선물한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관들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 내용이 담긴 기밀 문건들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이후 유 전 수석연구관이 퇴직할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으로 발령 나면서 대법원을 떠났고, 올해 1월 퇴직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또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당시 검토한 사건을 변호사 개업 이후 수임한 사실을 확인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당시 관여한 숙명여대의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하고 약 20일 만에 승소한 사실을 파악했다.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에 대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사이 유 전 수석연구관이 무단 반출한 문건들과 PC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사정도 감안했다. 이 밖에 유 전 수석연구관은 2016년 6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관련 박채윤 씨 특허소송 관련 보고서를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 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종필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을 19일 오전 소환조사한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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