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15> 약자 대변한 소설가 최진영
최진영 씨는 “문학의 위기가 제기되는 건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자본주의적 잣대 때문이지 문학의 질이 낮아진다는 건 아니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계속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은퇴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합니다.”
‘너무 나간 얘기인 것 같지만’이라고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소설가 최진영 씨(37)의 답은 엄격했다. 이 시대에 왜 문학을 하는가에 대해서였다. “글을 쓴다는 건 젊은 감각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세포는 낡아갈 텐데,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그 감각이 더 이상 없는 순간이 오게 된다면요.”
그는 장편소설 4권과 소설집 1권을 내는 등 작품 이력이 탄탄한 작가다.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은근히 성실한’ 이 작가를, 주요 문학출판사 한국문학 팀장 다수가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로 꼽았다. 연희문학창작촌에 머물며 작품을 쓰고 있는 최 씨는 17일 만난 자리에서 “누가 권한 것도,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고 애쓴 것도 아니고, 살다 보니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혼밥’ ‘혼술’이란 말이 나오기도 전인 10여 년 전 대학생 때부터 그는 혼술족, 혼밥족으로 살았다. 친구 사귀는 게 서툴고 힘들어 혼자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됐다. 여느 문학청년들처럼 합평회를 한 것도 아니고 문인들의 글쓰기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가 끼적인 ‘혼글’이 소설과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아 여기저기 응모를 해보다가 2006년 등단하게 됐다. 그러고도 수년 동안 청탁이 없었다. “등단이라는 게 조리사 자격증 딴 것 같더라고요.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어요. 학원 강사 일을 하다 그만두고 장편을 쓰기 시작했어요. 2010년 장편공모에 당선됐지요.”
첫 소설집 ‘팽이’를 냈을 때 “신예 소설가들 중에서 최진영만큼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를 보지 못했다”(평론가 송종원)고 할 만큼 조명받았다. 최 씨는 비정규직, 여성, 실업청년 등 약자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소설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소설의 주제의식을 밝혔다.
평등한 직업이지만 작가로서 부여하는 가치가 있을 터이다. 그는 독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글을 읽고 쓰는 일은 내밀하고 사적인 일이지만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라는 것이다. 책 읽는 행위란 TV, 영화, 게임 등 한두 시간 향유할 것이 많은 이 세상에서 그만큼 혹은 그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며 읽고 생각해주는 독자가 있는 한 문학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최 씨는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