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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종전선언-영변 폐기 맞교환 제시

입력 | 2018-09-20 03:00:00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9월 평양선언’ 채택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폐기… “핵무기 없는 한반도” 첫 언급
트럼프 “김정은, 핵사찰 허용 합의… 엄청난 진전 만들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24일 트럼프와 회담




평양선언문 공개… 靑 “남북정상 실질적 종전선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문서 하단에 남측은 1쪽과 4쪽이, 북측은 1쪽과 7쪽이 표기되어 있다. 북측 문서 크기가 남측보다 작아 3쪽 더 많다. 1쪽을 비교해보면 내용은 거의 같고 남측이 ‘지향과 여망’으로 표현한 것을 북측이 ‘지향과 념원’으로 표현하는 등 일부 표현에 차이가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국 전문가를 참관시켜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겠다고도 했다. 일부 핵시설 폐기 카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채택을 다시 한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70분간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남북 정상이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수십 년 세월 지속돼 온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내기 위한 군사합의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적극 만들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처음 자신의 육성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언급한 것.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핵시설, 핵물질 신고 수용 여부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미 대화 재개의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핵의 상징 중 하나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하는 동시에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종전선언 등 보상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와 연내 종전선언 채택을 설득할 방침이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1953년부터 지금까지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며 다음은 북-미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할 순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선언 발표 1시간 뒤 트위터에 “최종 협상에 따라 김정은이 핵 사찰 허용과 국제 전문가 참관 아래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대 영구 폐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핵시설 사찰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스뉴스를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재확인했다”고 말한 뒤, 1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에서 매우 좋은 소식을 들었다.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에 대해 “3일 전에 그의 친서를 받았다. 그는 차분(calm)하고 나도 차분하다. 지금 서로 대화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도 했다.

남북은 또 이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각각 11개 시범 철수,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확대 등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올해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하기로 하고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평양=공동취재단·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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