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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1월이후 방문 유력… 트럼프 동시방한 종전선언 가능성

입력 | 2018-09-20 03:00:00

[남북 9월 평양공동선언]김정은 서울 답방
남북미 정상 ‘서울 회담’ 열릴까




정상회담장 앞 김여정 1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 등 북측 관계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기서 ‘가까운 시일’이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마지막 항에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직접 부연 설명한 것이다.

연내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과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및 비핵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김정은이 직접 서울을 둘러보게 되면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북한에도 적잖은 변화의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靑 “평양 회담은 가을, 서울 회담은 겨울”

두 정상이 ‘서울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 관심은 방문 시점에 쏠리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10월부터 가능하지만 11월 이후가 더 유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감안하면 서울 정상회담은 겨울 무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정은의 서울행은 11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서울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방한한다면 6월 싱가포르에서 불발됐던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이 ‘동시 조치’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관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 상황”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서울행’의 목적은?

김정은의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북측 최고지도자의 본격적인 첫 방남이다. 김정은은 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도보로 월경한 적이 있지만 판문점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김정은은 서울 방문을 통해 ‘젊고 개방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의 방문을 꺼렸던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이미 싱가포르를 방문한 데다 ‘김 씨 3대(代)’ 중 최초로 남측 땅을 밟은 지도자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는 셈이다. 또 1년 새 두 정상이 네 차례나 만나는 등 남북 간의 ‘거리 좁히기’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다만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뒤 남북은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추진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김정일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김정일의 답방은 성사되지 못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방남은) 완전히 김 위원장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 주변에서 서울 방문을 전부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 ‘싱가포르 밤나들이’ 김정은, 서울에서는?

김정은이 서울을 찾아 어떤 곳을 둘러볼지도 관심사다. 청와대의 의전 원칙에 따라 창덕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갖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회동하는 일정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관건은 문화 행사, 산업 시찰 등 부대 일정이다. 김정은은 6월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도 야간에 명소 곳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여기에 김정은은 그간 남북 정상회담에서 “수준은 좀 낮아도” “교통이 불비해 불편할 것 같다” 등 남측에 비해 북측의 경제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직접 한국의 발전상을 본다면 북한의 개혁 개방 정책이 한층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전격적인 서울 방문이 국내 진보-보수 진영 간의 ‘남남(南南)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의 방남을 두고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과거 도발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