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추진 못박았던 종전선언은 용어 명시않고 ‘상응조치’로 표현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별도 조항으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공동선언에서 밝혔다.
이는 4월 판문점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조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세부사항으로 포함시킨 데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김정은이 19일 평양공동선언 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직접 밝힌 것도 이전에 없던 것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는 문구는 있었지만 김정은이 육성으로 ‘핵무기나 핵 위협이 없도록 노력한다’고 발언한 적은 없었다. 4월 판문점선언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은 ‘비핵화’의 ‘비’자는커녕 핵조차 언급하지 않아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동선언 서문에 민족자주원칙을 적시한 점도 눈에 띈다. 외부 요인에 휘둘려 한반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13년 전 같은 날 발표된 2005년 9·19공동성명과도 비교가 된다. 북한은 당시 한반도 주변국인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6자회담 결과 핵 계획 포기를 비롯해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를 약속하는 대가로 에너지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평양공동선언은 북측이 조건부이지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밝힌 만큼 북핵 불능화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