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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성모]일본에서 찾은 은산분리 해답

입력 | 2018-09-20 03:00:00


김성모 경제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銀産) 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를 완화하는 특례법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일부 강성 의원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던 법안이 드디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벌이 인터넷은행을 지배해 대기업 총수의 ‘개인 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며칠 전 페이스북에 “은산 분리라는 대원칙을 이렇게까지 허물면서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썼다.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도 이날 “재벌에 국민 곳간을 내주는 은산 분리 완화 시도를 중단하라”며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 분리 규제를 1호 ‘붉은 깃발’(오래된 규제를 의미)로 꼽은 것은 글로벌 금융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핀테크 혁신’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선례가 있다. 일본은 2005년 은산 분리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자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통신, 전자 등 다양한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최근 6년간 일본 인터넷은행 산업은 2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기자가 일본에서 만난 현지 인터넷은행 관계자들은 은행 대주주가 된 대기업의 기술과 고객망을 발판으로 시너지가 발휘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 1위 인터넷은행 ‘라쿠텐뱅크’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몰을 발판으로, ‘지분뱅크’는 통신사 KDDI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일본에선 ‘재벌의 사금고화’ 같은 우려가 없었을까. 현지 관계자들은 대기업에 은행 문호를 개방하는 대신 강력한 ‘사후관리’로 이를 잠재웠다고 했다. 라쿠텐뱅크의 나가이 히로유키 대표는 “일본 금융청은 은행업 인가를 내줄 때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춰 ‘룰’을 정한다. 라쿠텐에 대해서는 은행 임원의 절반을 라쿠텐그룹과 상관없는 사람으로 뽑게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국의 인터넷은행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앞서 있고 고령층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활발하게 쓸 만큼 신기술에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출범한 국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1년 새 급성장했다. 무엇보다 꿈쩍 않던 대형 은행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인터넷은행에 맞서 시중은행도 대출 금리를 내리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선했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이 일반은행과 영업 행태만 다를 뿐 별 차이가 없다”고 비판한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21년간 일본 대형은행의 은행원으로 일했던 나가이 대표는 “기존 은행만으로는 혁신이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조직이 크고 무거운 시중은행은 현재에 안주하는 경향이 커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ICT, 유통, 전자 등 이(異)업종과 결합한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성모 경제부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