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포스텍 총장
기술 선진국들의 이공계 교육은 무엇이 다를까? 미국의 건설회사 경영자이며 저명한 토목엔지니어였던 새뮤얼 플러먼은 1968년 출간한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이란 서적을 필두로 폭넓은 이공계 교육을 주창해 왔다. 그가 저술한 또 다른 서적인 ‘교양 있는 엔지니어’에서 이공계 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썼다.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들이 모이면 대학에서 좀 더 기술적인 강좌를 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10년 정도 더 경력을 쌓고 나면, 비즈니스와 경제학에 대해 좀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40대를 지나게 되면서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공계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폭넓은 소양을 지닌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대학사회도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120세까지 살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 후 60∼70년간 사회·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다섯 번은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전공지식에 집착하는 교육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찾는 데는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의 마지막 직장을 찾는 데 필요한 기초도 마련해 줘야 한다. 우리 이공계 대학들은 이제 교육의 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