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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도연]이공계 대학의 교육 폭 넓혀야

입력 | 2018-09-20 03:00:00


김도연 포스텍 총장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목표는 선진국의 과학과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며 따라가는 것이었다. 인적 자원을 가능한 한 세분해서 하나의 좁은 분야에만 집중시키는 일이 당연히 효율적이었다. 고교 교육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대학 물리학과나 기계공학과에 입학하면 전공과목들을 열심히 가르쳤고 학생들을 학점 따는 일에 집중시키는 것이 교육 목표였다.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어릴 때부터 선수들을 종목별로 나누고 특정 훈련만을 거듭 시키는 것과 흡사하다. 이런 방식의 인재 양성으로는 어떤 분야에서도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부품처럼 길러진 인재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 선진국들의 이공계 교육은 무엇이 다를까? 미국의 건설회사 경영자이며 저명한 토목엔지니어였던 새뮤얼 플러먼은 1968년 출간한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이란 서적을 필두로 폭넓은 이공계 교육을 주창해 왔다. 그가 저술한 또 다른 서적인 ‘교양 있는 엔지니어’에서 이공계 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썼다.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들이 모이면 대학에서 좀 더 기술적인 강좌를 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10년 정도 더 경력을 쌓고 나면, 비즈니스와 경제학에 대해 좀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40대를 지나게 되면서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 공장에 취업한 젊은이는 당연히 깊고 다양한 전공지식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대학 교육의 허술함을 원망할 것이다. 그러나 10년, 20년이 지나면 전문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임을 느낄 것이고, 타 분야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스스로가 영위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지 않을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공계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폭넓은 소양을 지닌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대학사회도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120세까지 살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 후 60∼70년간 사회·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다섯 번은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전공지식에 집착하는 교육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찾는 데는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의 마지막 직장을 찾는 데 필요한 기초도 마련해 줘야 한다. 우리 이공계 대학들은 이제 교육의 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