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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대란… 교권 하락… 교대 경쟁률 뚝 떨어졌다

입력 | 2018-09-20 03:00:00


“저희도 ‘멘붕’입니다.”

지방의 한 교대 관계자는 지난주 마감된 2019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2년 전만 해도 12 대 1이 넘었던 수시 경쟁률이 올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국내 초등학교 교사를 배출하는 교대와 대학 총 13곳 중 10곳의 2019학년도 수시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떨어졌다. 13곳 전체 경쟁률은 4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2010년 무렵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와 ‘서성한(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다음으로 인기였던 교대 경쟁률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 갈수록 좁아지는 초등 교사 임용문

대학과 교육계 관계자들은 학령인구가 줄면서 신규 교사 채용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5학년도까지 연간 7000명 이상을 초등 신규 교사로 선발했다. 하지만 이후 매년 임용 규모가 줄어 2019학년도에는 4032명만 뽑는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30∼100명씩 임용 규모를 더 줄일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임용대란’을 계기로 앞으로 교대를 졸업해도 임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초등 교사 신규 임용 인원을 전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뽑겠다고 예고하자 교대생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한 교대 관계자는 “실제 사전예고 때보다 3배 많은 382명을 신규 교사로 뽑았지만 앞으로 교사 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불을 지핀 것 같다”고 했다.

일반대학 사범대와 달리 교대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영수와 예체능 과목을 짜여진 시간표대로 배우다 보니 졸업 후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임용 규모가 교대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일 수밖에 없다.

○ 교사 불신 높고 교권 침해 늘어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교대 경쟁률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교사가 과거처럼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오히려 욕설, 폭행을 당하는 요즘 세태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한국교총이 집계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지난해 508건으로 10년 전(204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교사의 방학을 없애 달라’는 관련 청원이 수십 건 올라오기도 했다. 교사들이 연수를 명분으로 방학 동안 일하지 않고 임금을 받는 건 문제라는 주장으로 ‘교사의 방학’이 적폐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수업 외 잡무가 많아지면서 현장에서 교사로서 보람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교사 스스로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보다 생계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교사 처우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초임 초등 교사 연봉은 약 3400만 원이다. 지난해 대기업 신입 평균 연봉(3950만 원)과 중소기업 평균 연봉(2690만 원)의 중간쯤이다.

4년 차 초등 교사 한모 씨(31)는 “교사가 좋아 택한 길이지만,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고교 동창들에 비해 월급이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20년 차 초등 교사인 박모 씨(48)는 “서울에서 홀로 가족을 부양하기엔 빠듯한 금액”이라며 “월급만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교대 경쟁률은 계속 줄어들까.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교대 졸업생 임용이 불확실해진다면 교대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일부 교대 경쟁률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교원대 관계자는 “그동안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성적에 맞춰 교대와 사범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임용이 어려워지면서 소신 지원하는 수험생만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