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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들 “평양선언, 구체적 내용없어” 對 “의미있는 진전”

입력 | 2018-09-20 07:58:00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엇갈리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19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공동선언문에 대해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6·12 미북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불명확한 미래에 의미있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모든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중요한 조치일 수 있지만, 그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나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조치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공동선언문 내용에는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인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검증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이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마치 비핵화의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여 한국 정부와 남북 협력을 추진하고, 결국 한국·미국·중국이 북한을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미 동맹의 분열을 통해 한국을 점령하려는 ‘분열과 점령 전략(strategy of divide and conquer)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까지 비판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원하는 핵 신고 등 자세한 내용이 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며,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는 “미국과의 비핵화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에 대해선 “한미관계의 본질에 대한 것일 수 있으며, 주한미군 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RFA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을 북한 국무위원장과 제2차 정상회담 개최에 충분한 진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등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미사일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 유용한 선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선언문에서 언급한 ’상응조치(corresponding measures)‘가 무엇인지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약속에 관해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북한은 영변 이외의 비밀 핵시설에서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에 대해선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그리고 평화 선언이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를 위한 외교가 다시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평양남북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 간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 역시 VOA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평가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인 길을 밟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