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기록 문건 등 자료를 무단으로 빼내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구속 기로에 섰다.
유 전 연구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법원에 도착한 유 전 연구관은 ‘전직 법관으로서 심경 한 말씀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뒤 퇴임하면서 재판보고서 원본 등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법원 근무 당시 관여했던 숙명학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 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받는다. 유 전 연구관은 숙명학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변상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6월11일 수임한 뒤 같은 달 28일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가 유 전 연구관 선임 후 17일 만에 판결이 내려진 점, 애초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소부로 다시 내려진 점 등을 이유로 ‘전관예우’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사건을 선임하기 전후 담당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차례 통화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또 숙명여대 총장 등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유 전 연구관은 사건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혐의가 중한 데다가 증거 인멸의 우려도 현실화됐다”면서 “이런 경우 통상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는 구속 수사를 해왔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연구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개인정보보호법위반·공공기록물관리의 관한 법률 위반·절도·변호사법위반 등이다.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으로, 발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법원 관계자를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그간 대거 기각된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심사를 거쳐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