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포레르빠쥬’ 오귀스탱 드 뷔페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최근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문을 연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포레르빠쥬’ 매장에서 만난 오귀스탱 드 뷔페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혹이라는 건 기다림의 미학으로, 누군가를 매혹하려면 상대를 파악하는 시간과 끌어들일 전략이 필요하다”며 “느릿느릿 가더라도 제대로 가서 포레르빠쥬만의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포레르빠쥬의 ‘칼리버백’.
프랑스에 본사를 둔 ‘포레르빠쥬’는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달 17일 매장에서 만난 오귀스탱 드 뷔페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럭셔리 브랜드라면 패션과 예술의 영감이 넘치는 서울에서 한 번쯤 매장을 열고 싶을 것”이라며 “브랜드가 가진 매혹의 히스토리(역사)를 서울에서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30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브랜드인데 전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해 매장 수가 8개밖에 되지 않는다.
A. 디스코텍에서 사람이 너무 많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매혹하기 힘들지 않나(웃음). ‘포레르빠쥬’는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는다. 무리한 확장보다 희소가치를 중시하고 최적의 장소에만 매장을 연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Q. 에르메스나 샤넬, 루이뷔통 등 프랑스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어떠한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나.
Q. 브랜드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A. 지난주에는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포레르 파주 가문의 한 자손이 회사로 찾아와 가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문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여기에 얽힌 사람들과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다. 나의 업무는 가문에 얽힌 역사를 재현해 브랜드에 입히는 것이다.
A. 매혹의 무기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필요하다. 잘생기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남녀노소가 갖고 있는 공통분모다.
Q. 브랜드의 철학이 ‘매혹을 위한 무장’이다. 매혹이란 무엇인가.
A. ‘유혹하다’라는 뜻의 매혹(seduce)은 라틴어로(seducere)로 ‘멀리 떨어져있는 것을 이끌어 데리고 온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무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매혹의 무기’가 필요하다. ‘데일리배틀백’도 일상이라는 전쟁터에서 뭔가를 쟁취 혹은 매혹하기 위해 이 가방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배틀(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Q.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에 연 매장의 콘셉트가 독특하다.
A. 서울 매장은 6대째 사업을 물려받은 에밀 앙리 포레르 파주의 다이닝룸을 재현했다. 매장 곳곳엔 포크와 나이프 조형물이 서있고 매장 가운데에는 큼지막한 식탁이 놓여 있다. 서울은 다이닝룸, 싱가포르는 침실, 대만은 사냥도구다. 이런 식으로 국가별 매장의 콘셉트를 차별화했다. 전 세계에 있는 이 매장들을 모두 합하면 하나의 집이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포레르파주 가문의 집을 표현하고 싶었다.
Q. 향후 어떤 브랜드로 역사에 남고 싶은가.
A. 매혹이라는 건 기다림의 미학이다. 누군가를 매혹하려면 상대를 파악하는 시간과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도 매장을 더 내고 싶고 매혹의 무기(상품)도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했다고 해도 브랜드 정체성이나 역사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느릿느릿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것, 여기에서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이 나온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