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건설 승인 여부에 대해 3차례나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흑산공항은 계획 단계에선 경제적 효과가 높게 책정됐지만, 이후 이 같은 평가와 정면 배치되는 분석들이 잇따르면서 정부의 진단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사업은 8년째 표류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1000억 투자하면 30년간 4380억 이익?
심의 연기를 제안한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 위원들과 심의를 끝내려는 민간위원들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날 위원회는 가결이나 부결, 보류 등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끝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회의 하루 전날 정부에 심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논의가 변경안 심의보다는 심의 연기 여부에 맞춰졌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요청 사유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 분석 토대가 된 선사별 통행량 자료 ▲생태·자연도 등급 ▲활주로 길이 등 안전성 자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다.
요청 사유들 중 2개가 경제성에 대한 것이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친 사업의 경제성 평가를 두고 민간위원 뿐 아니라 사업자 측에서도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비용 대비 편익은 사업계획서를 보완할 때마다 달라져왔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3년 B/C 분석 결과와 이후 나온 재보완서 등의 B/C 분석은 조사 방법 등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반적으로 B/C 값이 1 이상이면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커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간위원 등이 의문을 제기하는 건 편익 결과보다 조사 과정의 타당성이다. 사업자는 연간 공항 이용객을 2021년 53만명에서 2050년 68만명까지 내다봤다. 20분마다 1회씩, 하루 12시간 36회, 연간 1만3250회 운항해야 하는데 국내 지방항공 운항실태를 고려했을 때 비현실적이란 문제제기다.
지난 7월20일 열린 제123차 위원회가 결론 없이 심의를 미룬 것도 민간위원 등이 경제성 평가 근거 자료에 의구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당시 위원들은 계획 보완 때마다 하락한 경제성 분석 등에 대해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처음 예비타당성조사를 하면서 수익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재무성 분석 결과 수익성 지수(PI)를 0.17로 예측했다. 1000억원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수익이 170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무적 타당성은 확보하지 못한 사업으로 분류했다.
◇ 경제성 문제, 안전·환경 등 다른 쟁점과 ‘직결’
항공기 운항 횟수는 조류 충돌 등 안정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일본 소형 공항 평균 조류 충돌률인 0.1%를 대입하면 연간 최대 13회 조류와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등에선 연간 이용객이 많아지는 만큼 지불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자 예상대로 2021년 53만명이 한해 흑산도를 찾았을 때 발생할 국립공원 지역의 쓰레기 처리비, 공원시설 관리비, 상하수도 및 폐기물 처리비 등 문제다. 이 역시 사업계획상 손실비용으론 반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손실로 연간 1034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30년간 운영했을 때 4887억원 편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는데 공원 손실에 따른 가치가 30년간 1조7600억원에 달한다. 국립공원 손실 가치가 편익을 3배 이상 뛰어넘는다. 이런 손실은 사업자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불신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19일 회의는 박우량 신안군수가 ‘국립공원위원회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의 대화를 요구해 회의가 1시간35분 가량 파행됐다. 박 군수가 공단 사무공간 내 사무실에 들어간 뒤 문을 잠근 채 박 차관과 얘기를 이어가자 민간위원 등의 요구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박 군수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문제삼은 국립공원위원회 민간위원들을 겨냥해 “경제성은 기재부와 KDI가, 안전성은 국토부가 하게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군수는 “모든 항공 부문을 총괄하는 국토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해 우리나라 전체 항공에 대해 국민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며 “기재부도 그냥 돈을 주는 곳이 아니다. 정부기관 중에서 B/C 0.5 이상 나오면 경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군수는 국립공원위원회 전체 25명 중 절반이 넘는 13명의 민간위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민간위원들끼리 모여 ‘부결시키자’는 등의 얘기를 하고 한 사람도 전체 의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는 명백한 담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흑산공항 활성화를 이야기했는데도 환경부가 미온적으로 나오는 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건물 주변에선 신안군 주민 등 100여명이 피켓을 들고 조속한 흑산공항 건설 시행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사업 부결을 촉구했다.
이처럼 논란이 지속된 흑산공항은 길이 1160m, 폭 30m 활주로에 50석 내외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소규모 공항이다. 정부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4임 일대 54만7646㎡ 터에 국비 1833억원을 들여 공항을 조성하고자 한다.
사업은 2011년 1월 정부 고시 이후 2015년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16년 11월 처음 국립공원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조건부 보류’ 결정을 받았으며, 두차례에 걸쳐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제출한 끝에 열린 올해 7월20일 위원회에서도 ‘계속 심의’ 결정이 나왔다. 10월5일까지 회의가 정회하면서 3번째 중단을 맞게 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