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정상회담]美 전문가 10인 ‘남북 평양선언’ 평가
○ “북-미 협상 마중물 됐다”
전문가들은 1, 2차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비핵화 조치가 공동선언문에 명시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 지점에서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에 좋은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 “핵 동결은 종전선언 충분조건 아냐”
미사일 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는 기존 핵과 무관한 조치라는 점을 두고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틀간 방한한 뒤 이날 귀국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표는 “북한이 보유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협상 없이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의 감성적 태도에 호소해 제재를 푸는 데 집중했다”며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만으로는 한국을 통한 제재 완화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종전선언 추진도 미국 내에서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미사일 실험장 해체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유용한 조치이긴 하지만 핵과 미사일 재고에 대한 정보 제출로 출발해야 하는 비핵화의 단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2년 김정은 정권이 북-미 베이징 합의에서 식량 24만 t 등을 지원받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두 달 뒤 ‘은하 3호’를 발사하고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전문가도 있었다.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북한은 2012년 미사일 발사 중단 합의도 파기했었다”며 “서해 위성발사장(미사일 실험장) 해체는 비핵화라기보다 신뢰 회복 조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개성공단 재개 찬반양론
하지만 적절한 보상 없이는 비핵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지 않으면서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협상 방식은 비현실적”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문제를 미국과 사전 협의하면서 이를 지렛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를 합의하면 미국은 남북 경협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