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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빠르게 진행된 대화, 빠르게 탈선할 수도”

입력 | 2018-09-21 03:00:00

[남북 평양정상회담]김정은 비핵화 언급에 신중론 우세
“金, 비핵화 조치는 내놓지 않고 美의 양보 대거 얻어내려 해
최대의 압박 노력 훼손 우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 상원은 신중론을 고수했다. 공화,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라는 견해가 다수 나왔다.

군사위원회 소속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공화)은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가 진전되면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면서도 “성공을 선언하기 전에 뭔가 구체적인 실제적 결과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진행된 대화가 빠르게 탈선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은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에 대한 외부 사찰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언급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미국법과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찰단은 완전하고 제한 없는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 이는 중요한 조치다”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에선 외교위원회 소속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민주)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19일 “김정은이 ‘속이고 미루자’는 전략을 다시금 강조했다”며 “김정은은 의미 있는 (비핵화) 의지 표명은 얼마 내놓지도 않으면서 미국의 양보를 초반에 대거 얻어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해를 위한 노력을 환영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이 (최근)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공화)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고무적이지만, 말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 정상회담이) ‘최대의 압박’ 노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국은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고 적은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측에 강조했던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최종 결과물이 상원의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원 비준이 없는 합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폐기된 것처럼 차기 행정부에서 뒤집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원의원들의 ‘회의론’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김정은이 워싱턴과 서울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들이 북-미 대화 재개를 알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명이 나오기 전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익명의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현재 내놓은 것 중 비핵화를 향한 불가역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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