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68% 득표… 자민당 총재 3연임 이시바 254표 예상 밖 선전… 포스트 아베 선두주자 자리 굳혀
《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집권 기간을 3년 더 연장했다. 2006년 1차 집권 당시 최연소 총리였던 그는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장 기간 집권 총리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내년 11월이면 종전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패전국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은 아베 총리는 이날 당선 일성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강조했다. 》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의원 405표, 당원 405표 등 810표 가운데 68.3%인 553표(의원 329표, 당원 224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도전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254표(의원 73표, 당원 181표)를 얻었다. 의원 표 중 3표는 무효 처리됐다.
○ 승리 첫 메시지는 개헌
만세 부르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20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한 뒤 패배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왼쪽)과 함께 도쿄 당사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 아베 총리는 내년 11월이면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도쿄=AP 뉴시스
이날 승리로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재임 기간도 늘어나 내년 11월이면 총리 재임 일수에서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2886일)를 누르고 최장 재임 총리가 된다.
당선 일성으로 개헌을 언급했듯이 아베 총리는 평소 정치적 소명으로 내세웠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군비 확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2019 회계연도의 방위비 예산으로 역대 방위비 가운데 가장 많은 5조2986억 엔을 편성했다.
○ 이시바 예상 밖 선전에 아베 정권 구심력 약화 우려
선거는 아베 총리의 승리로 끝났지만 향후 정권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일찌감치 국회의원 405명 중 80% 이상의 표를 굳힌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50표 수준으로 예측되면서, 정계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의원과 당원을 합쳐 200표 이상을 얻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언론에서는 “200표는 지더라도 당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표수이자 차기 총리로 나설 수 있는 표수”라고 지적해 왔다. 그만큼 이시바 전 간사장이 가져간 254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아베 진영은 당초 70%를 목표로 했던 당원 표에서 55%를 얻는 데 그쳤다. 당원 표는 104만 지방당원의 표수를 합산해 405표로 비례배분한 것이어서 의원 표보다 민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의 부진은 총리의 구심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나아가 더 이상 차기가 없는 아베 총리로서는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다. NHK는 이날 이시바 전 간사장의 선전이 알려진 순간 도쿄 주식시장의 주가가 잠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이시바 전 간사장은 개표 결과가 나온 뒤 NHK 인터뷰에서 “자민당 내부가 반드시 아베 일색(一色)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선거 결과다. 지지해준 국회의원과 당원의 의사가 정권 운영에 나타나도록 하는 게 내 책임”이라고 밝혀 앞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나갈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3년 뒤, 여전히 포스트 아베를 지향하느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해야 한다. 내가 거기 어울리는지 아닌지 자문하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