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명수 대법원장은 “앞으로 추진할 사법부의 구조 개편은 법원의 관료적인 문화와 폐쇄적인 행정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 권한은 ‘사법행정회의’(가칭)로 넘기고, 법원행정처를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나눠 법원사무처는 외부에 둔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법관 인사개혁 방안도 일부 제시했다.
재판을 본분으로 하는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는 예산이나 인사 같은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원부서 차원을 넘어 일선 법원의 상급 기관으로 사실상 군림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진원지였던 행정처로 인해 불신이 증폭된 만큼 대수술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내년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근무 법관 중 30%만 감축한다고 한다. 법원에 깊이 뿌리내린 행정처 중심의 사법운영을 단시일 내에 바꾸면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행정처의 폐지로 신설될 사법행정회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이 기관에는 인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여전히 관장한다. 행정처가 법원 내의 권력기관처럼 기형적으로 변한 것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를 획기적으로 개혁할 뜻을 밝혔지만 제대로 실천할지 지켜봐야 한다.
개혁의 세부 사항을 다룰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에서 추천한 외부 전문가 4명과 법관 3명으로 구성되는 후속추진단의 인선을 보면 사법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코드 인사’ 논란이 벌어지거나 일방통행식이면 사법개혁은 요원하다. 사법개혁 역시 인사가 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