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미라 폐서 ‘폐흡충’ 첫 발견 민물고기 등 날것 먹으면 감염… 객혈이나 가슴통증 유발 고려대 연구팀 “성종 등 사망원인… 폐결핵이라고 단정 지을수 없어”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왼쪽)가 2016년 의정부에서 발견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떼어내기 위해 가슴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김한겸 교수 제공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김의정(가명)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왼쪽 폐에서 미라가 된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알을 품은 성충의 단면은 5mm였고, 알의 길이는 0.08mm였다. 김 교수팀은 김의정 미라의 폐를 떼어내 80여 조각을 낸 뒤 1년 넘게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왕 중 성종과 헌종 철종 등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폐결핵은 보통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영양 상태가 좋았을 조선시대 왕들이 객혈을 하고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폐결핵에 걸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미라 폐흡충 발견의 의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의정 미라는 사망 당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며, 비만 체형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간경화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장 동맥 경화 증세도 발견됐다. 따라서 이 미라의 사망 원인은 폐흡충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과 간경화, 심장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학적 가치가 높은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나 ‘학봉 장군 부인 미라’ 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병원 해부학교실 냉동고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