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법 농단’ 사건 관련자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장문의 사유를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압수수색 영장 다수가 기각되면서 커진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검찰과 법원의 충돌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21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A4 2장 분량에 달하는 기각 사유를 공개했다. 통상 법원 판단이 두세 문장 정도만 알려지는 일반적 사건에 비해 이례적인 분량이다.
특히 기각 사유 등을 종합하면 허 판사는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기록물을 반출한 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파기한 행위에 대해 “범죄의 증거 인멸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잘랐다.
이는 그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와 대상을 공개하면서 법원을 압박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검찰의 “구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세세하게 반박함으로써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고, 이에 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 판단이 정당했다는 취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연루자들에게 주요하게 적용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해석로써 향후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될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의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 규명에 아무런 의지가 없음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 역시 ”기존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처럼 결론을 맞춘 뒤 이유를 구상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향후 검찰과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변호사는 ”유 전 연구관이 기소될 경우 형사재판부에서 담당하게 될 텐데 이 판사는 영장 판사의 이야기를 들은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라며 ”죄가 안 된다는 예단이나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수사는 어차피 긴 호흡으로 간다“라며 ”새로운 의혹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져서 그렇지, 수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