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니어골프대회 모습
방통고 학생들이 순위표 상단을 점령한 것은 이번 대회 뿐 아니다. 4월 제20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대회 남고부 우승자는 제주의 방통고에 다니고 있다. 호심배대회와 드림파크배 대회 우승자도 모두 방통고에 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호심배 대회 여자부와 제41회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대전의 방통고 소속이었다.
현재 골프 여자 국가대표 6명 가운데 2명은 방통고에 다니며 국가대표 상비군 9명 가운데는 절반도 넘는 5명이 방통고 학생이다.
국내 주니어 필드에 ‘방통고 바람’ 불어 닥친 이유는 뭘까. ‘정유라 사태’ 이후 지난해부터 학생선수의 전국대회 참가횟수를 제한하는 교육부 지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골프 등록선수 현황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모든 종목에 예외 없이 이 규정을 적용을 하면서 훈련장과 경기 장소(골프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골프의 경우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게 됐다.
서울 수도권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이런 분위기 속에 골프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 사이에 방통고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한국중고골프연맹 관계자는 “일반고에 다니는 골프 선수들은 출석일수 채우다 보면 제대로 훈련하기 힘든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여고생 등록 선수 가운데 20%가 방통고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통고는 한달에 두 번씩 연간 24번만 학교에 나가면 된다. 이 중 17번만 참석해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고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직접 출석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일반고보다 운동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올 들어 교육부는 학교장이 허가할 경우 학생 선수는 ‘출석인정결석’으로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선택적으로 실시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무리한 정책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된 셈이다.
한 골프 선수 학부모는 “주위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거나 해외 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골프 지도자는 “선수가 줄고 대회가 줄어들다 보면 결국 골프 국제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 골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에 걸린 4개의 금메달 가운데 단 한 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아시아 경기 노 골드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대표 선수가 대부분 고교생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같은 성적표는 최근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국내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교생 골프 선수 딸을 둔 박 모씨는 “아이들이 골프와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분명 맞다. 하지만 유예 조치 없이 획일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서 안 될 일이다”고 말했다.
한 골프 전공 대학 교수는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을 멀리하게 하는 희한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