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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1〉고향으로 간다

입력 | 2018-09-22 03:00:00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짙어
눈감아도 뛰놀던 예옛 어린 시절
좁은 골목 골목들이 서언하게 다가오구나

(…)
새론 출발의 기적을 울리며
고향으로 간다

없는 고향이라 사뭇 그리워
그 그리움을 캐러 고향으로 내가 간다



시인의 생애 전반부는 한국보다는 조선, 혹은 대한제국과 같은 국호가 더 익숙하던 시절이었다. 조국의 부침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다. 조국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고, 혼란과 전쟁으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보았고, 다시 세워지는 것 또한 보았다. 그래서인지 김용호 시인의 작품에는 조국에 대한, 이 땅에 대한, 민족과 사람들에 대한 시편이 많다. 시에 스민 역사를 읽다 보면 우리들의 과거 역사에 대해 감정적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

시인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그 이후는 주로 고향을 떠나 살았다. 일본에 유학하여 공부했고, 이후로는 서울에서 활동했다. 고향에 머물지 않았지만 시인의 마음 한편에는 고향의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었다. 아니, 오히려 고향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시인의 고향은 더욱 절실한 그리움이 되었다. 게다가 시인의 고향은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황폐화되어 예전의 그 모습과 의미를 잃어갔던 모양이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잃어버렸다는 슬픔이 뒤섞여 시인은 이 시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고향을 향해 떠난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땅 위의 고향이든, 마음속의 고향이든, 고향은 그 자체로 나의 일부다. 고향의 다른 말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워 본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