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아닌 ‘만남’에 그쳤던 ARF보다 가능성 높아 서훈·김영철 정보라인에 외교라인 채널 더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에 리용호 외상이 뉴욕에서 기조연설 순서가 잡혀 있는 걸 봤다”며 “뉴욕에 오셔서 서로 시간이 맞으면 별도로 한 번 만나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18~20일 남북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리 외무상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데 리 외무상도 참석해 29일 연설할 예정이다.
북한이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분명히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등정을 위해 삼지연공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평양순안공항에서 리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로부터 환송을 받고 있다.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당시에도 리 외무상에 회담을 제안했던 강 장관은 회담 무산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북한은) 외교당국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언젠가는 남북 외교 당국이 서로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졌던 ARF 때와 달리 지금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대화가 추동력을 얻은 만큼 이번엔 외교장관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향후 평화협정이나 유엔제재 해제 논의가 이뤄지게 되면 이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라인이 아닌 리용호 라인, 즉 외무라인으로 갈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맡은 리 외무상으로부터 북한의 변화된 비핵화 관련 입장을 상세히 확인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가 가장 먼저 얻고자 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아주 종합적인 해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내주 초에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남북·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진다면 24일 한미정상회담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 서명식을 마친 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신뢰구축 조치 위주로 협상이 진행됐는데 협상이 본격화돼 비핵화의 세세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미국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성명에서 리 외무상에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리 외무상을 “나의 카운터파트”라고 칭했다.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의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활동해 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1·2일차 회담에 모두 배석하며 남북 협상에 깊숙이 참여한 반면 리 외무상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 부위원장은 회담 내내 김정은 위원장 지근거리에 머물며 그를 보좌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