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고양이뉴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담은 영상에 욕설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상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마음에 품은 채로는 절대로 함께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씨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을 수 없는 분노’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분노”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물론 ‘참을 수 없음’에 절대적 기준치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 “운전 중에는 다른 차가 약간 위험하게 끼어들었다고 별의별 욕을 다 퍼붓는 사람도, 지하철 안에서는 어지간한 추태가 아니면 못 본 척하기 마련이다. 장소의 공공성이 클수록, 상대가 높은 사람일수록, ‘참는 능력’도 커진다. 그러니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장소에서, 양측 정상의 환담이 끝나자마자, 무심코 ‘지X하네’라는 말을 내뱉은 사람이 평소 두 정상에게 얼마나 극심한 적개심과 증오감을 품고 있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전쟁 위협이 소멸한다고 해서, 이 분노와 적개심까지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면 눈이 밝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색안경을 벗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김정은이 답방하면, 거리에 나와 ‘지X하네’보다 몇 백 배 심한 욕설을 쏟아 부을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적개심이 사그라들기 전에는 남북 간 평화체제가 안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양측 사람들에게 쌓이고 쌓인 오해를 풀어 적개심을 누그러뜨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 없는 듯하다”며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감과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가 되기 전에는, ‘통일’이라는 말은 아예 입에 담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상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마음에 품은 채로는 절대로 함께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온라인에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8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 중간엔 두 정상의 대화 뒤편으로 “지X하네”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