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테니스 스타로 이름을 날린 전미라(40)는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된 듯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가위 연휴 기간 끝난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여자 복식에서 최지희(23·NH농협은행)와 한나래(25·인천시청)가 정상에 오른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한국 선수가 WTA투어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미라와 조윤정이 2004년 이 대회에서 처음 달성한 뒤 14년 만의 일이다. 전미라는 코리아오픈 1회 대회 때 챔피언에 올라 한국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미라 조윤정 이후 한국 여자 테니스는 오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2004년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WTA 복식 우승 차지한 전미라와 조윤정
전미라는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1994년에는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 결승에 올라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로선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미라 이후 김선용 정현 등이 메이저 대회 주니어 부문 단식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 여자 테니스에선 이렇다할 기대주를 찾기 힘들었다.
2006년 코리아오픈에서 재회한 전미라와 마르티나 힝기스,
이번에 우승을 거둔 후배들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승은 비록 싱겁게 끝났지만 대회 기간 비가 내려 스케줄이 안 좋았고, 2번 시드와 3번 시드 상대를 꺾은 건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이었어요.”
전미라는 “후배들이 내 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들을 세워 한국 여자 테니스 위상을 높여주면 좋겠다”며 “단식에서도 남의 잔치가 아닌 우리 잔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프랑스오픈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전미라와 윤종신 부부.
2006년 인기 방송인 윤종신과 결혼한 뒤 1남 2녀를 둔 전미라는 은퇴 후에도 잡지사 기자, 해설가, 홍보대사 등 테니스와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테니스 클럽에서 주말마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