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스터 션샤인’ 종영 눈앞
‘미스터 션샤인’ 캡처 © News1
‘이병헌을 보며 어떻게 설렐 수 있을까?’란 반응이 ‘설레고 애틋했다’로 바뀌었다. 이병헌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이 종영까지 단 2회를 앞두고 있다. 스타 작가와 감독, 이병헌을 대표로 유연석 변요한 김태리 김민정 등 호화 라인업과 초대형 스케일 등 극 초반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작품이 곧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것.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이병헌은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 이후 9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그 사이 이병헌은 사생활 논란에 휘말렸다. 그의 높은 인기만큼 논란은 커졌고 연기 영역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었다. 연기력으로 신뢰 받는 배우이자, 높은 인기와 영향력을 지닌 스타 이병헌에겐 위기였다.
논란 이후 이병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던 ‘협녀, 칼의 기억’(2015)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 하고 43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병헌의 ‘위기’를 희석시킨 것은 ‘내부자들’(2015)이었다. 정치깡패 안상구 역할로 변신한 이병헌은 파격적인 비주얼만큼이나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연기만큼은 지적할 수 없다’ ‘사생활 논란을 잊게 할 연기력’이었다는 관객들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내부자들’은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후 ‘마스터’와 ‘남한산성’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내놨다. 흥행 성적에서 성패가 갈리기는 했지만,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은 스크린에서 이병헌의 입지를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반면 안방극장 복귀는 어려워보였다. 촬영하고 완성해서 개봉에 맞춰 내놓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생물’에 가깝다. 매주 고정적으로 2시간 씩 시청자를 만나는 매체인만큼 방영되는 3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리얼’한 반응을 얻을 수 밖에 없다. 파급력과 화제성이 크고 지속되는 시기가 길다 보니, 호불호 중 ‘불호’일 경우 이미지 타격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대개 논란을 겪은 배우들이 드라마 복귀를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이병헌은 “김은숙 작가, 이응복 감독의 작품인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 김은숙 작가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조각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김은숙 작가가 쓴 작품은 늘 히트했고, 로맨스에 최적화 된 남자 주인공들 역시 배우 인생의 새로운 호황기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이병헌의 ‘미스터 션샤인’ 캐스팅 사실이 알려졌을 때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있었던 이병헌을 보고 설레야 하는 설정이 불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에 상대 여주인공인 김태리가 이병헌보다 스무살 어리다는 점까지 더해졌다. 두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나이 차이는 느끼지 않는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대개 남녀 주인공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미스터 션샤인’은 애시청자들조차도 멜로의 속도가 더디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병헌은 ‘미스터 선샤인’을 우려를 안고 시작했지만 결국 여론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미스터 션샤인’이 ‘비장미’를 앞선에 내세운 점이 주효했다. 풍전등화 같은 위태로운 조선에서 애국과 사랑이라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직조했다. 단순히 사랑에만 집중한 인물들이 아닌, 보다 더 큰 ‘대의’를 그린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 누그러질 수 있었던 것. 이들의 ‘러브’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병헌이 맡은 유진초이는 극 중 모든 사람 및 사건과 연관이 있는 인물. 부모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제2의 아버지로 삼은 선교사의 죽음에 오열하는 신 등 사랑 외의 서사를 통해 유진초이 역의 이병헌은 다양한 면을 보여줬다. 고애신과는 러브라인, 김희성(변요한 분) 구동매(유연석 분)와는 연적이면서도 동지애를 가지며 유진초이를 보다 풍성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병헌은 묵직한 저음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연기, 더불어 코미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웃음을 주는 것 역시 능수능란하게 선보였다.
‘다사다난’했던 드라마 복귀, 이병헌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캐스팅 전 불호에 가까웠던 여론은 반전이 됐고,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