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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선의료’ 박채윤측 변호사 추천 직접 지시

입력 | 2018-09-26 09:04:00

‘우병우→곽병훈’ 靑참모진 통해 변호사까지 추천
상대 법인 수임 파악·대법 문건 유출 등 관심 정황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의료’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 특허분쟁 사건과 관련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을 동원, 박씨에게 변호사를 추천해달라고 직접 지시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검찰이 의심하는 사법농단 주요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박씨의 개인적인 사정을 청취한 뒤 청와대 비서관에게 내린 지시가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진 출발선상에 해당된다. 검찰은 추석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조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뉴스1> 취재 결과 검찰은 박씨 업체의 ‘리프팅 실’ 기술 특허등록 무효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재판기록을 청와대로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대법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변호사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적시했다.

청구서에 따르면 2015년 10월 박 전 대통령은 우 전 수석에게 “박채윤 내외가 상대편 변호사 전관예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듯 하니 특허전문 변호사를 알아봐달라”는 취지로 지시하며 박씨가 운영하는 업체 ‘와이제이콥스메티칼’ 사건에 관심을 내보였다.

지시를 받은 우 전 수석은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이를 전달했고, 곽 전 비서관은 강모 변호사 등 3인을 추천했다. 이 시기 그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박씨 소송 상대방 대리를 맡은 D 법무법인의 3년치 수임내역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박씨는 곽 전 비서관에게 추천 받은 이들을 선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법관이 연루된 정황도 포착했다. 청구서에는 이듬해 2월11일 우 전 수석이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전화를 걸어 박씨 특허소송과 관련해 “대통령 관심사건이 계류 중이니 챙겨봐달라”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진 당일 박 전 처장이 법원 내부 전산망에서 해당 소송 사건번호를 직접 검색해 경과를 확인한 정황도 기재됐다.

검찰은 이후 박 전 처장 또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유 변호사가 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서 다른 재판연구관에게 특허소송 관련 진행 경과와 처리 계획 등 절차 및 주심 대법관 등을 포함한 ‘사안 요약’ 보고서를 만들도록 하고 임 전 처장을 통해 청와대 측에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당시 청와대측 추천을 받았던 강 변호사는 유 변호사가 수임한 S여대 사건과 관련해 청구서에 다시 등장한다. 검찰이 유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판단하고 있는 S여대 사건에서, 유 변호사를 대학 측 소송대리인으로 소개한 S여대 이사는 청와대 측 추천을 받았던 변호사와 동일 인물이다.

검찰은 청구서에 유 변호사가 S여대 측 상고심 소송대리를 맡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통화해 “이 사건을 수임해도 되는 것인지”를 포함해 관련정보를 묻고, 수임한 후에도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유 변호사 전관예우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퇴임 후 무단반출했다 파기한 대법원 파일 1만1000여건 중 S여대 관련 자료도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소부로 돌려진 부분에 유 변호사가 개입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유 변호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고 유 변호사가 임 전 차장과 연계됐다는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아울러 ‘사안 요약’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과 관련해선 “유 변호사가 당시 사건 당사자가 이른바 ‘비선실세’로 전직 대통령 미용성형시술을 해주던 사람의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볼 수 없다”며 “문건 작성을 지시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청와대 관심사항에 도움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개입됐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