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하고도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할 위기다. 현실이 된다면 25년 만의 진기록이자 굴욕이다.
LG는 지난 25일까지 64승 1무 70패로 5위 KIA 타이거즈에 2경기차로 뒤진 6위에 머물고 있다. 한때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와 2위 경쟁을 벌였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추락을 거듭했고, 결국 5위 자리까지 내주고 말았다.
64승 가운데 선발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임찬규와 차우찬은 평균자책점이 각각 5.93, 6.65로 높지만 11승, 10승을 거두며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임찬규는 데뷔 첫 10승, 차우찬은 4년 연속 10승이다.
하지만 LG는 선발투수들이 큰 부상 없이 버텨주고 있음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4명이 10승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길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10승 투수 4명을 보유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사례는 1993년의 롯데 자이언츠가 유일하다. 당시 윤형배가 14승을 올리고 윤학길과 김상현이 각각 12승, 염종석이 10승을 보탠 롯데는 62승 1무 63패로 6위에 그쳐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소사와 윌슨이 1승씩 추가해 둘 다 10승 고지에 오르면, 그러고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다면 LG는 25년 만에 기록을 재현하게 된다. 8구단 체제에서 10구단 체제로 바뀐 점, 당시엔 없던 외국인 선수가 있는 점은 1993년과 차이가 있으나 특이한 기록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불펜 부진이다. LG는 김지용과 정찬헌이 각각 블론 세이브 6개로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블론 세이브가 있다는 건 선발투수가 상대 선발보다 우위를 보였고, 타선도 중반까지는 점수를 어느 정도 뽑아줬다는 뜻이 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LG가 7년 전에도 이런 기록을 만들기 직전까지 갔다는 것이다. 2011년 LG는 13승을 거뒀던 박현준을 필두로 두 명의 외국인 투수(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가 각각 11승, 10승을 해낸 데 이어 불펜투수였던 임찬규가 9승을 해 10승 근처까지 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과는 인연이 없었다. 당시 박종훈 감독이 이끌던 LG는 59승 2무 72패로 시즌을 마감해 한화와 공동 6위에 그쳤다. 그 해 한화는 류현진(11승) 외에는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한 투수가 없었다.
2013년에도 비슷했지만, 2011년과 달리 가을잔치에 나갔다. 류제국이 12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리고 리즈와 우규민이 10승을 해낸 데 이어 신정락이 9승으로 뒷받침한 LG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오른 포스트시즌이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