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 그룹 ‘투애니원’ 씨엘(28)의 공항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2009년 데뷔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보여줬던 그가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는 수만개 댓글이 달렸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이 자기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부터 인신공격성 비난도 있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놀라운 건 부정적 반응보다는 씨엘의 현재 모습을 지지하는 글이 월등히 많았다는 점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멋지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몸무게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식의 무대 퍼포먼스도 찬사를 받았다.
만약 씨엘의 과체중 사진이 몇 해 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은 무조건 날씬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압도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을 것이고, 심하게는 소속사가 공식 사과를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나서 씨엘은 고강도 다이어트를 단행해 단 몇 주만에 과거의 모습을 회복해 재등장했을 것이다.
코미디언 이영자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한 건 상징적이었다. 이영자는 “내 몸이니까 스스로 더 당당해지기 위해 입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영자의 발언을 적극 지지했다.
빼어난 몸매로 유명한 미국의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38)과 그의 자매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들 자매의 몸무게를 공개하고, 시청자에게 ‘당신들은 몇 ㎏이냐’고 묻는 문구를 내보내 자밀이 발끈한 게 시작이었다. 자밀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닫고 몸무게에 사로잡히지 말자”며 ‘아이 웨이’를 시작했다. 많은 동료 연예인과 여성들이 이에 공감하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아이 웨이’ 이전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가 있었다. 말 그대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는 의미로 ‘아이 웨이’와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iweigh’나 ‘#bodypositive’를 검색하면 수백만 건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내 몸에 당당하며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자밀은 카다시안이 식욕을 억제하는 막대사탕 모델로 나서자 “어린 여성들에게 끔찍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포토샵 등을 이용해 얼굴과 몸매를 보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직하지 못하고 역겨운 행위”라면서 “사진 속 얼굴과 몸을 바꾸는 건 여성 전체에 대한 범죄”라고 했다.
에일리의 발언에 다수의 여성 네티즌들은 댓글로 환호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고 날씬하지 않은 여성 연예인 관련 기사에는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내용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 페미니즘이 성(性)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남성들은 ‘관리를 못하는 걸 그럴 듯하게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아이 웨이’를 비판한다. 일부 여성들은 ‘나 자신을 위해 운동하고 체중 관리하는 여자들을 모두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매를 가꾸고 자기자신을 성적 대상화한다고 비판하는 건 피해 의식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