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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사진으로 아기 얼굴 예측…아이디어 하나로 日진출 한국 스타트업

입력 | 2018-09-26 15:08:00


“이 사진이 어떻게 변할까요?”

18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사무실. 100여 명의 사람들 앞에 선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알레시오’의 김다운 대표가 대형 화면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리모콘을 눌렀다. 형상을 알아 볼 수 없던 초음파 사진이 아기 사진으로 바뀌었다. 한 번 더 버튼을 누르니 실제 태어난 아기의 얼굴이 나왔다. 초음파 사진에서 변환된 이미지 사진과 실제 얼굴이 거의 일치하자 관객석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유명 대기업 정보기술(IT) 계열사 연구원 출신인 김 대표가 이날 선보인 것은 태어날 아기의 얼굴을 미리 확인하는 서비스 ‘베이비페이스’. 산모 배 속에 있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에 나타난 특징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분석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활용된다. 지난해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올해 일본 진출까지 노리게 됐다. 창업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는 첫 진출 지역을 일본으로 정한 데 대해 “일본이 저 출산 국가이지만 아이 한 명에게 쓰는 비용이 커지고 있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신기술 및 신제품을 일본 투자자 및 기업인들에게 공개하는 행사 ‘저팬 부트 캠프 2018’이 18일 오후 도쿄 시부야에서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일본 시장 진출 의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이날 열린 행사 ‘저팬 부트 캠프’는 한국의 젊은 스타트업들 대표들이 직접 개발한 서비스 및 제품을 일본 IT 기업 관계자 및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네이버 등 국내 민관 합동 조직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올해로 5년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패션, 의료, 뷰티, 자동차, 문구, 바이오(피트니스 관련)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10팀이 참가했다. 대부분 창업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앱) ‘S-바이탈’을 개발한 ‘딥메디’도 그 중 하나다. 손가락을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 대면 해당 프로그램이 손가락 속 혈액의 미세한 색 차이를 측정해 혈압을 알려준다.

처음 경험하는 해외 설명회이지만 무대 위 청년 창업자들은 일본 관계자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이어갔다. 자동차 눈에 해당하는 자율 주행의 핵심 기술 ‘라이다’를 만드는 ‘SOS랩’의 문천지 사업개발부 매니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힘을 뽐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일본 측 참가자들은 소프트뱅크, 구글 재팬, NTT도코모, 닌텐도 등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 관계자 및 투자자들이었다. 스타트업 지원 센터 ‘플러그앤플레이 시부야’의 나이키 료 최고 전략 담당은 “상당히 흥미롭다”며 “일본 시장에 곧바로 진출해도 괜찮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 젊은 기업들이 일손 부족을 겪는 일본의 상황을 잘 이용하면 해외 진출 및 취업난 해소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