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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두고 미국과 의견 갈린 EU, 美제재 피할 두가지 방법은…

입력 | 2018-09-26 17:04:00

동아일보 DB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이란과 교역을 유지하는 데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등을 두고 맞섰던 미국과 EU의 대서양 동맹 균열 문제가 이란 제재로 더욱 심화하는 형국인 셈이다.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국인 EU,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외무장관들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만나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 무역 거래를 지속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지원할 별도 조직을 신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란과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제 주체들을 보호하는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하는 대표적 방법은 두 가지. 이란산 원유와 유럽산 상품 및 용역을 자금 교환 없는 물물 교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또 달러나 이란 화폐인 리알화 대신 ‘제3의 통화’로 거래 대금을 치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회사(SPV·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EU 회원국들이 이란과 합법적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법적 조직을 세우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세계 다른 파트너(기업)들에게도 개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이란 핵합의를 탈퇴한 미국은 지난달 7일 대(對)이란 1차 경제·금융 제재를 시작한 상태다. 이란 정부의 달러 구매 금지 및 이란 리알화를 통한 거래 금지, 흑연 및 금속 자동차 거래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 업체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도 함께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적용했다. 이후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제재 방침에 동참해왔다.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6월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고, 일본 정유업계도 10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실상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맞서는 EU 등의 이번 합의가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제재 관련 법규를 조금만 수정해도 즉시 효과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나 리알화를 주고받지 않으면 이란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합의의 전제인데 미국 정부가 ‘물물교환 및 제 3의 통화로도 거래 금지’ 등을 추가로 명시할 경우 이번 합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미국 정부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성명이 나온 다음날인 25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 정권은 죽음과 파괴, 혼란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나라”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11월 이란산 원유 거래 금지 등 2차 경제 제재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세계 최고의 테러지원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 ‘미국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는 국가가 핵탄두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제재는 경제 테러와 마찬가지”라며 “이란은 과거에도 제재를 견뎌냈고, 현재의 어려운 국면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