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알렉스. 사진제공|한국대학배구연맹
걱정했던 일본 V리그의 공습이 시작됐다.
일본 V리그 구단이 우리 배구 유망주들의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에이전트를 앞세워 일본행을 권유하고 있다. 이들과 접촉했던 구단관계자는 “센터를 찾고 있다. 연봉은 1억5000만원이고 잘 하면 2억원까지 가능하다. 세금은 구단이 대납해주고 통역과 집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이 정도면 실제로 3~4억원은 받는 셈이다”면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줬다.
우리 배구 유망주들의 수비능력, 특히 리시브가 일본 선수들보다 떨어지고 파워와 타점 또한 서양 선수들과 비교불가여서 날개공격수로서는 매력이 없지만 센터는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신장의 한계로 특히 센터자원이 모자라다. 도레이 애로스가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알렉스는 KOVO의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위해 특별귀화를 신청했지만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서가 없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바람에 한동안 좌절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년까지 기다려 일반귀화를 통해 KOVO의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기로 했다. 알렉스는 졸업학점이 1점 모자라 내년에도 학교를 다녀야 한다.
경희대 김찬호 감독은 “몇몇 구단에서 알렉스의 일본행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 가면 그동안 귀화를 위해 준비해온 4년의 시간이 물거품이 되기에 1년을 더 기다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더 선수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일본 V리그가 빈틈을 파고들만큼 우리의 규정은 허술하다
일본 구단의 우려스러운 선수영입 시도는 지난 15일 일본 V리그 오키 다카오 사무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예측됐다. 당시 다카오 국장은 우리 아마추어 선수들의 영입의사를 묻자 “생각은 있지만 한국 배구계의 반발이 무서워서…”라고 대답했다. 결국 그런 바탕에서 구단들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배구의 규정상 일본 V리그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손길을 뻗쳐도 막을 방법은 없다. KOVO의 규정도 완벽하지 않다. 현재 KOVO는 강제 신인드래프트를 시행한다. 여자 고등학교와 남자 대학교 졸업예정자는 반드시 신인드래프트에 나와야한다. 거부하면 5년간 V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이 규정으로 대부분 선수들의 해외유출을 막을 수 있겠지만 ‘얼리 드래프트’를 노리는 선수들이나 남자 고교졸업예정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병역문제가 결린 남자에 비해 여고 선수들에게 5년의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5년 뒤라고 해봐야 24세다. 일본에서 경험을 쌓은 뒤 실력만 충분하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선수의 실력만 된다면 장벽은 문제가 아니다. 문성민도 KOVO의 신인드래프트를 거부했고 결국 뜻을 이룬 사례도 있다. 스타선수일수록 빠져나갈 방법은 많다.
● KOVO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앞서지 못하는 딜레마
프로야구는 임선동 사례를 통해 이런 문제를 일찍 경험했다. 연세대 졸업반 임선동은 한국프로야구를 거부하고 다이에 호크스에 입단하려고 했다. 지명권을 가진 LG 트윈스는 소송을 했지만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가 KBO와 프로야구단의 권리보다 앞섰다. 법적으로 지명권은 보유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신인선수 입단지원금 규정이 최근 개정됐다. 여자고등학교에 가는 지원금은 2019년부터 1억2000만원이 한도다.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에 가는 지원금도 줄이려고 한다. 그동안 관행을 통해 이득을 봤던 몇몇 사람들에게는 불만스런 상황이다. 이것에 반발하는 누군가가 신인드래프트를 무력화할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더 커지지 전에 KOVO가 움직여야 할 때다. 일본배구협회 혹은 일본 V리그 사무국과 KOVO가 상호간의 계약을 존중하고 두 나라 아마추어 선수의 권리도 보호해주는 협정이 필요하다. 이참에 KOVO의 신인 드래프트 규정도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개선도 필요하다. 계약이나 규정은 일방적으로 한 쪽이 유리하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동안은 우리 선수들의 권리가 너무 많이 침해받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