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 500조… 파산 경고음
미국발(發) 금리 상승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금융회사 여러 곳에서 빚을 진 취약계층의 다중채무자들이 한국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다중채무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가뜩이나 움츠러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 40대 다중채무자 가장 많아
40대 다중채무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사상 최악의 고용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거의 모든 연령에서 고용 충격이 이어졌지만 40대의 타격이 유독 컸다. 40대 취업자의 감소 폭(전년 동월 대비)은 15만8000만 명으로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26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40대 가장들은 교육비, 생활비 등 당장 쓸 곳이 많은데 실직으로 소득이 끊기면 대출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의 타격을 크게 받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다중채무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매출 감소로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자영업자 다중채무가 악성 채무로 이어져 부실화할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 “대출 수요 억제책 마련해야”
대기업 임원 같은 고소득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카드론이 있으면 다중채무자로 분류된다. 문제는 다중채무자에 저소득층, 저신용자, 영세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6월 말 현재 전체 다중채무자의 76.5%(302만4081명)가 연소득 5000만 원을 넘지 않는 중·저소득층이었다. 특히 연소득 3000만 원 이상∼4000만 원 미만의 다중채무자가 28.0%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다중채무자를 가려내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핀셋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대출 고삐를 조일수록 무너지는 가계가 늘어난다”며 “단순히 대출을 억제하는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저소득층 지원 대책, 자영업 대책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mo@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