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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과거에 발목 잡힌 韓日관계, 이젠 미래로 갈 때

입력 | 2018-09-27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평화 구축 과정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한 재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존폐 논란에 서 왔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은 정부 예산으로 충당됐고 민간 이사진이 전원 사퇴한 상황에 문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재단은 빠르게 해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재단 해산을 위안부 합의 위반이나 사실상의 합의 파기로 여겨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런 파장을 감안해서다. 이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북핵·미사일 대처에서 한미일 공조를 흐트러지게 만들 우려도 있다.

올해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다. 당시 한일은 식민 지배 사죄와 미래 협력 화답을 하면서 대중문화 개방 등에 합의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위안부 재단 문제라는 악재가 돌출해 한일 관계를 다시 살얼음판에 올려놓아선 안 된다. 양국이 새로운 공동선언을 해서라도 한일 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