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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송철호]블라디보스토크를 주목하라

입력 | 2018-09-27 03:00:00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러시아 극동의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도시명이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도시는 얼지 않는 항구와 태평양에 대한 제정러시아의 갈망이 만들었다. 최근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다.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이 호평하며 입소문을 내더니 어느새 홈쇼핑의 단골 여행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에게 가까운 유럽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올 상반기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한국인은 7만 명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나 많다. 이런 추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북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북방경제의 규모와 속도를 느끼려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다. 인터넷 등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관련된 사진, 동영상이 널려 있지만 현장의 힘을 느끼고 싶어 출장을 택했다.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려면 북한을 우회해야 한다. 항로가 더 늘어난다. 하지만 비행시간은 베트남보다 짧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지금 경제 전쟁터다. 대륙을 향한 일본의 야심과 유럽으로 향하는 육로를 열려는 한국의 꿈이 현지에서 만나고 있다. 진출한 한인 기업만 37개 정도다. 롯데 등 웬만한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 극동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진출과 관련해서는 아쉬움도 있고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현대중공업의 투자와 자금 회수 등의 과정처럼 현지 진출이 쉽지 않으며 난관도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보스토크가 동북아시아의 경제 지도를 바꿀 희망봉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1891년 러시아 황태자 니콜라이 2세는 포경업을 위해 태평양어업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울산은 러시아와 교류를 시작했다. 한 세기를 건너뛰어 이 도시와 다시 만났지만 폭넓은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프로젝트를 러시아와 연계해 러시아와 울산을 잇는 러산(RUSAN) 마켓을 열고 조선분야 협력, 북극항로를 이용한 환동해 물류 활성화 등을 타진했다. 울산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과 환동해 크루즈 운항 등은 이제 먼 미래로 볼 것만은 아니다.

동방을 지배하겠다는 과거 제정러시아의 야욕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이 도시는 지중해에 갇힌 유럽의 숨통을 틔울 희망봉이다. 한국도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북방경제에 주목해야 하고 북방경제라는 열차에 올라타야 한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최근 남북과 동북아시아의 흐름을 보면서 “한국으로 이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송철호 울산광역시장